사람 머리 잘라 통째로 이식..영화가 아니라 현실이 될 수 있다?
2024.06.02 08:57
수정 : 2024.06.02 08:5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미국의 한 스타트업 기업이 사람의 머리를 통째로 떼어내 다른 사람의 몸에 이식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온라인에서는 이 기업이 공개한 '머리이식수술' 영상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의 신경과학 분야 스타트업 ‘브레인브릿지’(BrainBridge)는 최근 “사지마비 등 질병이나 장애를 가진 환자 머리를 뇌사 상태인 기증자 몸에 그대로 이식하는 기술을 개발했다”며 수술 과정을 그래픽으로 구현한 8분짜리 영상을 유튜브와 엑스(X·옛 트위터) 등에 공개했다.
업체측은 환자의 뇌와 척수가 옮겨져 건강한 몸을 가질 수 있으며, 머리 주인의 기억과 의식은 유지된다고 전했다. 이 수술을 받으면 평균 수명보다 훨씬 더 오래 살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업체가 공개한 수술 시연 영상을 보면, 수술 전 환자와 기증자는 모두 냉각 상태에 들어간다. 이어 로봇 팔이 두 사람의 몸에서 머리를 떼어내더니, 장애를 가진 환자의 머리를 뇌사 상태인 기증자 몸에 이식해 봉합한다. 이 시연 영상은 조회수 1000만회를 넘어섰다.
회사 측은 “모든 수술 과정은 AI 시스템에 의해 통제되기 때문에 신경과 근육의 정확한 연결이 이뤄질 수 있다”라며 “머리 주인의 기억과 의식이 수혜자의 몸으로 옮겨진 뒤에도 그대로 유지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수술을 받으면 평균 수명보다 훨씬 더 오래 살 수 있다”며 8년 내 첫 번째 수술을 수행할 준비를 마칠 것이라고 했다.
브레인브릿지의 머리 이식 로봇 개발팀을 이끄는 하셈 알 가일리는 “우리 기술의 목표는 의학 과학의 한계를 뛰어넘어 생명의 위협과 싸우는 사람들에게 혁신적인 해결책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생명을 구하는 치료법의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美 스타트업 “혁신적인 수술법”..전문가들은 “현실성 없다” 우려
이에 대해 영국 국가보건의료서비스(NHS) 외과 의사 카란 랑가라잔 박사는 “머리 이식 수술에서 모든 신경이 무사히 연결되더라도 수술 후 하나라도 빠지면 환자는 즉사할 수 있다”며 “게다가 이식 거부 반응을 막기 위해 평생 약물 치료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킹스칼리지 런던대 신경과학 전문가 아마드 알 클레이파트 박사도 “이 수술은 뇌의 작동 방식을 과도하게 단순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 또한 “머리를 이식받은 사람은 살아도 마비된 몸을 가질 것”이라며 “머리를 바꾼다는 것은 척수를 자르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매우 치명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머리 이식술은 과학자들에게는 꿈같은 이야기다. 20세기 초부터 과학자들은 여러 방식으로 머리 이식술을 시도해 왔다. 1908년 미국 생리학자 찰스 거스리는 개의 머리를 다른 개의 목 밑 부분에 접합하는 데 성공했다. 머리가 두 개가 된 개는 합병증으로 인해 접합수술 7시간 만에 안락사됐다. 이후 1954년 러시아 외과의사 블라디미르 데미코프는 개의 상체를 다른 개의 상체에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머리가 둘, 다리가 여섯 개였던 실험 개는 수술 후 29일 동안이나 생존하기도 했다.
이후 2013년 이탈리아의 세르지오 카나베로가 인간을 대상으로 수술할 수 있다고 나섰다. 그는 2017년 두 구의 시신으로 머리 이식을 진행했으며 18시간 동안의 수술을 통해 척추, 신경, 혈관을 모두 재연결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척수성근위축증을 앓던 남성이 그의 수술을 받겠다고 나섰지만 막대한 치료비를 지불 할 후원자가 나타나지 않아 실제 수술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