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타도 외쳤던' 인텔, 獨 파운드리 거점 차질…삼성전자, AMD 우군 확보하나
2024.06.03 05:00
수정 : 2024.06.03 05: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인텔이 독일에 건설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착공 시기가 보조금 지급 지연 등의 여파로 내년으로 미뤄졌다. 인텔은 최선단공정인 3나노미터(1nm=10억분의1m)를 건너뛰고, 2나노 이하 공정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을 넓힐 승부처로 택했는데, 초미세공정 로드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삼성전자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 2위 업체 AMD 차세대 반도체 칩 수주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대형 고객사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3일 독일 외신 및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독일 마그데부르크에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파운드리 공장인 팹 29.1 및 팹 29.2의 착공 시기를 2025년 5월로 연기했다. 공장 부지가 부드러운 흑토 지대여서 공장 건설에 적합하지 않아 흑토를 제거할 때까지 착공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주 정부는 올 하반기부터 흑토를 다른 지역으로 운송해 내년 5월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또 인텔이 독일 공장 건립을 위해 투자하기로 한 300유로 가운데 독일 정부가 부담하기로 한 99억유로 규모의 보조금 지급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최종 승인이 나지 않으면서다. 당초 인텔 독일 파운드리 공장은 2023년 상반기 건설이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2년 가량 착공이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차세대 공정 생산거점인 독일 공장의 착공 지연으로 인텔의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 구상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인텔은 팹 29.1과 팹 29.2를 2027년 하반기 운영해 14A(1.4나노급)와 10A(1나노급) 공정을 적용한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2개 공장 건설에 4~5년 가량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빨라도 2029년에야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될 것으로 예측됐다. 인텔이 올해 1·4분기 파운드리 사업에서만 25억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가운데 초미세공정 경쟁 우위 선점 전략도 삐끗하면서 오는 2030년 삼성전자를 제치고 파운드리 시장 2위에 오르겠다는 인텔 구상에도 먹구름이 끼었다.
삼성전자는 3나노 양산 수율 개선 등을 앞세워 고객사 수주 물량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AMD를 3나노 고객사로 확보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AMD 리사 수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벨기에 안트베르펜에서 열린 '아이멕 테크놀로지 컨퍼런스(ITF 2024)'에서 3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을 활용해 차세대 칩을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재 파운드리 업체 중 3나노 공정에서 차세대 트랜지스터 기술인 GAA를 적용한 것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TSMC는 3나노까지 기존 핀펫 기술을 활용하고, 2나노 공정부터 GAA를 적용해 생산한다. GAA는 전류가 흐르는 채널 4개면을 감싸 데이터 처리속도와 전력효율을 높다. 전력 소모량이 큰 AI 칩의 안정적 기능 구현을 위해 3나노 GAA 공정 생산을 결정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TSMC의 애플 우선 정책으로 가격에서 차별을 받는 AMD를 비롯해 글로벌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들이 삼성전자와 손을 잡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