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견례 끝낸 최저임금 논의… '1만원' 놓고 줄다리기 본격화

      2024.06.02 18:14   수정 : 2024.06.02 20:44기사원문
노동계와 경영계가 내년도 최저임금 1만원대를 사이에 두고 본격적인 줄다리기를 시작한다. 노사는 지난달 열린 첫 회의부터 최저임금 수준에 대해 신경전을 벌이며 올해 회의도 난항을 예고했다. 특히 올해는 '업종별 구분 적용'과 배달 라이더(기사) 등 도급근로자 최저임금 적용 여부와 관련해 격론이 오갈 것으로 예상돼 그 결과가 주목된다.



2일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최임위는 오는 4일 2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해 논의한다. 먼저 내년도 가장 큰 관심사는 최저임금이 처음으로 1만원을 넘어설지 여부다.
지난해 결정된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9860원으로 1만원까지 140원(1.42%)만이 남았다.

노사는 아직까지 최초 요구안을 결정하지 않았다. 노동계는 매년 물가 상승을 감안한 큰 폭의 인상을, 경영계는 소규모 사업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동결을 최초로 요구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저임금 수준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중소기업 600곳을 대상으로 최저임금 애로 실태를 조사한 결과 61.6%가 내년 최저임금을 인하하거나 동결해야 한다고 답했다. '2∼3% 인상'은 응답률 23.5%, '1% 내외 인상'은 8.7%로 각각 집계됐다.

최저임금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인상될 경우 대응 방법에는 중소기업의 42.2%가 '대책이 없다'고 답했다. 35%는 '신규 채용을 축소한다'고 응답했다. 반면 노동계는 최저임금 심의 기초자료로 쓰이는 '비혼 단신근로자 실태생계비'를 근거로 인상을 주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 '비혼 단신근로자 실태생계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통계학회가 비혼 단신근로자 2903명을 표본 추출해 분석한 결과 지난해 실태생계비는 월 평균 245만9769원으로, 전년 241만1320원보다 2% 올랐다.

올해 최저임금은 월급 206만740원(월 209시간 기준)으로 작년 비혼 단신근로자 실태생계비보다도 약 39만원 적다. 특히 노사는 각각 특수고용직 확대 적용과 업종별 차등적용을 요구하면서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다.

지난 회의에서 경영계 측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위원은 "일부 업종은 최저임금 미만율(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 비율)이 너무 높아서 수용성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최저임금 수준 안정과 더불어 업종·지역 등 다양한 기준을 활용해 구분 적용하는 것이 시대적·사회적 요구"라고 강조했다.

반면 근로자 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최저임금을 더 이상 차별의 수단으로 악용하지 말길 바란다"며 "업종별 차등 적용, 수습노동자 감액 적용 등 시대에 맞지 않는 최저임금법의 차별 조항을 위원회가 바로잡아야 한다"고 맞섰다.

배달 라이더 등 플랫폼·특수고용종사자(특고)와 같은 도급근로자의 최저임금 적용 문제가 안건으로 통과될지도 관심이 쏠린다. 근로자위원들은 플랫폼·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프리랜서 등 최저임금을 적용 받지 못하는 노동자에 대해 도급 최저임금제를 적용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도급근로자란 일의 성과에 따라 임금이 정해지는 근로자를 의미한다. 통상 근로자와는 달리 근로시간이 아닌 성과를 기준으로 보수를 받는다. 일의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근로시간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할 수 있다.
배달 라이더·택배기사·보험설계사 등 특고·플랫폼 종사자는 전통적 근로계약이 아닌 개별 사업자로 계약을 맺어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왔다. 이로 인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도 인정받지 못했다.
이에 노동계는 올해 도급근로자 최저임금 적용을 논의해 이들이 추후 근로자성을 판정받는 데 도움을 주는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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