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뉴진스 그리고 STO

      2024.06.02 19:16   수정 : 2024.06.02 19:16기사원문
아이돌그룹 '뉴진스'의 소속사 하이브와 총괄프로듀서 민희진 어도어 대표 간 진실공방이 여전히 뜨겁다. 핵심은 민 대표가 보유지분을 활용해 뉴진스를 데리고 어도어의 독립을 시도했는지 여부로 보인다. 다만 진실공방과 폭로가 난무하면서 양측의 기업가치 하락과 이미지의 훼손은 갈수록 커지는 모습이다.

지난주 주총을 열어 민 대표를 해임하려고 했던 하이브도, 법원의 가처분 인용을 받아내 자리를 지키게 된 민 대표도 현재 상태로는 모두가 패자인 상황이다.

아티스트를 길러낸 프로듀서와 소속사의 갈등을 바라보면 1년여 전 본지가 주최한 '토크노미 코리아 2023'이 떠오른다.
미래 금융투자 시장의 첨병으로 떠오른 토큰증권(STO)을 주제로 열린 지난해 토크노미 코리아는 '모든 자산을 토큰화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회사가 아닌 콘텐츠에 직접 투자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며 K팝, 웹툰, 영화 등 K콘텐츠가 유력한 투자자산으로 거론됐다. 그런 의미에서 당시 파이낸셜뉴스 1면을 장식했던 'STO로 하이브가 아닌 뉴진스에 투자하는 시대 올 것'이라는 제목이 더욱 의미심장해진다. 만약 토큰증권 시대의 뉴진스였다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토큰증권은 거의 모든 자산을 토큰화한다. 예를 들어 아이돌그룹의 경우 투자계약증권 형태로 자금을 모아 데뷔를 시키고, 이를 유통시장에 상장해 주식처럼 거래를 할 수 있게 된다. 하이브도, 어도어도 아닌 걸그룹 뉴진스만으로 투자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내가 '픽'한 아이돌그룹에 직접 투자하고 성과를 함께 나눌 수도 있다. 법인이 아니기 때문에 지분 관계에서도 자유롭다. 특히 투자자금 유치를 위해 기업공개(IPO)를 하고 싶어도 지분 걱정 때문에 망설이는 최고경영자(CEO)들에게는 획기적인 수단이다. 적대적 인수합병(M&A) 걱정 없이 핵심사업을 유동화해 투자를 받을 수 있는 도구인 셈이다.

실제로 지난해 2월 토큰증권 가이드라인 발표 후 금융투자시장은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는 기대감에 들끓었다. 다양한 자산을 보유한 발행사를 비롯해 증권사, 블록체인 업계, 법조계, IT 업계, 공연예술계 등 각계각층이 토큰증권이 가져올 시장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 같은 열기는 지난해 개최한 토크노미 코리아 2023에서 증명됐다. 강연자, 토론 패널, 업계 관계자뿐만 아니라 일반투자자까지 토큰증권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 정보를 나누는 교류의 장이 됐다. 준비한 명함을 소진해 민망해하는 강연자들이 속출할 정도였다. 업황악화로 회원사들이 생존의 위기라며 토큰증권이 활로가 될 수 있는지를 타진하는 모 협회 측의 절박했던 질문도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1년여가 지난 올해 '토크노미 코리아 2024'를 준비하면서 느낀 분위기는 지난해와는 전혀 달랐다. 조직은 있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증권사, 간판만 내리지 않았지 실제로 진행되는 사업이 없다는 발행사, 국내에선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해외 쪽을 알아보고 있다는 유통사 등등 마치 생태계가 멈춰 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서 이들이 한목소리로 내뱉는 말이 있었다. "토큰증권 법안이 통과가 안 되다 보니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는 얘기였다.

실제로 지난해 7월 발의됐던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21대 국회에서 끝내 처리가 무산됐다. 총선 이후 통과가 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일말의 기대는 물거품이 됐고, 공은 결국 22대 국회로 넘어왔다. 현재 금융투자 업계의 바람은 제발 연내에 법안이 통과돼 내년부터는 제대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지난해 가이드라인 발표 당시 금융위원회가 토큰증권 시장이 본격 개막될 것이라고 언급한 시점도 2024년 말이다.
법안 처리가 늦어진 만큼 금융당국의 움직임이 좀 더 빨라지기를 바란다. 계절은 여름을 향해 가지만 토큰증권 관련 업계에서는 여전히 온기가 돌지 않고 있다.
4일 개막하는 토크노미 코리아 2024가 토큰증권 시장의 열기를 되살리는 도화선이 되길 기대한다.

cynical73@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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