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여당, 30년 만에 과반 실패...'만델라' 후광 사라져
2024.06.03 10:20
수정 : 2024.06.03 13:5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아파르트헤이트(흑백 인종차별정책)’ 종식 30주년을 맞은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에서 차별 철폐를 이끌었던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처음으로 총선에서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외신들은 과거 넬슨 만델라가 이끌었던 ANC가 높은 실업률 및 빈부 격차 등으로 신뢰를 잃었다고 평가했다.
영국 BBC 등에 따르면 남아공 선거관리위원회(IEC)는 2일(현지시간) 발표에서 지난 5월 29일 진행된 총선 결과 ANC가 득표율 40.2%로 국회 400석 가운데 159석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제1야당인 민주동맹(DA)이 87석으로 2위, 제이컵 주마 전 대통령이 세운 신생 정당 움콘토 위시즈웨(MK)가 58석으로 3위였다. 지난 총선에서 제2야당에 올랐던 경제자유전사(EFF)는 39석으로 4위로 밀렸다. 이외 잉카타자유당(IFP)과 애국동맹(PA)이 각각 17석, 9석을 차지하면서 총 18개 정당이 국회에 진입했다.
남아공은 만델라가 공식적으로 아파르트헤이트 철폐를 선언한 1994년 이후 올해까지 7번의 선거를 치렀다. ANC는 5차 총선까지 줄곧 60%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2019년 6차 총선에서 57.5%를 득표해 230석을 확보했다. ANC는 이번 총선에서 5년 전 보다 17%p 이상 떨어진 득표율을 기록했으며 처음으로 국회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남아공은 총선 득표율에 따라 국회 의석을 배분하며 국회의원들이 대통령을 뽑는 간선제를 채택하고 있다. 남아공은 선관위의 최종 개표 결과 발표 이후 14일 안에 새 의회를 소집하며 새 의회에서 차기 대통령이 선출된다.
남아공의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남아공 최초의 연립정부 구성을 촉구했다. 그는 "좋든 싫든 국민들이 목소리를 냈다"며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었고 그들의 선택과 바람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ANC가 33%에 이르는 높은 실업률과 극심한 빈부 격차, 물·전력 부족 사태로 민심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라마포사와 사이가 나쁜 주마의 지지 세력 이탈도 득표율 하락에 한몫했다. BBC는 ANC의 고전이 예상됐지만 득표율 45% 붕괴는 예상 밖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선거 투표율은 2019년(66%)보다 낮은 58%에 머물렀다.
ANC의 피킬레 음발룰라 사무총장은 다른 정당과 연정 협상을 논의할 것이라며 "라마포사가 물러나야 한다는 요구를 가지고 우리에게 온다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주마 진영은 연정의 조건으로 라마포사의 퇴진을 요구했다. 주마는 ANC 소속 대통령이었으나 2018년 각종 부패 혐의로 사임하면서 당에서도 축출됐다. 당시 부통령이었던 라마포사는 주마 축출을 주도했다. 전문가들은 라마포사가 새 의회에서 연임에 성공하려면 연정 파트너에게 정부 요직 및 정책을 양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