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마다 국가채무비율 장기전망 '논란'…재정전망 신뢰도 악영향
2024.06.04 15:50
수정 : 2024.06.04 15:5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국가 장기재정상태 가늠자인 국가채무비율 전망 방식이 또 다시 논란꺼리로 부상했다.
감사원이 4일 문재인 정부 시절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차 장기재정전망에서 국가채무비율 전망치를 축소·왜곡을 지시했다는 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다.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5년 장기재정전망 추계에서도 과소추계 지적이 나온 적이 있다.
감사원 감사의 핵심은 지난 2020년 장기재정전망 과정에서 "국민적 비판을 우려해 '세자릿수 전망치를 두자릿수로 만들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장기전망 전제를 임의변경, 2060년 국가채무비율 전망치를 당초 153.0%에서 81.1%로 내렸다는 것이다.
감사원의 감사결과는 '지시'여부와는 차치하고 시나리오의 적합성에서도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또 내년 장기재정전망을 내놓아야 하는 현 정부 재정당국에게도 상당한 난제를 던지고 있다.
홍 전 부총리는 별도의 입장문을 통해 "의견과 판단을 달리하는 여러 지적이 있을 수 있겠지만 당시 재정여건과 예산편성, 국가채무, 대외관계를 모두 감안해 최선의 판단을 내렸다"고 반박했다.
감사원이 문제로 삼은 것은 재량지출의 추계방식이다. 기존에는 '재량지출 증가율을 경상성장률(성장률+물가)에 연동한다'는 게 전제였지만 이를 '총지출 증가율을 경상성장률에 연동하는 것'으로 지시, 변경했다는 것이다.
정부 지출은 정부가 보훈, 복지,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교부, 국채 이자 지급 등 법적으로 무조건 써야 하는 '의무지출'과 정책에 따라 지출규모를 조절할 수 있는 '재량지출'로 구분된다. 의무지출규모는 인구구조와 경제성장 속도 등에 따라 결정되고, 재량지출규모는 정부 정책에 따라 정해진다.
의무지출은 저출산·고령화로 급증하고 있다. 총지출이 경상성장률에 묶인다면, 재량지출을 늘릴 여력은 거의 사라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재량지출이 실제보다 낮아진다. 결과적으로 국가채무비율이 과소추계된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하지만 감사원의 감사결과에도 반대의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기존의 재량지출을 경상성장률에 연동시키는 방식은 국가채무비율을 과대추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당장 올해 총지출 증가율은 2.8%로 한국은행의 경상성장률 전망치 5.1%(성장 2.5%·물가 2.6%)에 크게 못 미친다. 내년 예산안에서도 재량지출 증가율은 사실상 '제로'에 가까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재량지출이 해마다 5.0%가량 늘어난다고 가정하는 건 오히려 채무비율을 비현실적으로 끌어올리게 된다는 것이다. 국가채무비율은 대외신인도 척도여서 종전 방식 고수가 타당한가 하는 부분은 정책판단의 영역이라는 주장도 가능한 셈이다.
감사원 발표는 현 재정당국에게도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감사원 지적을 반영해 과거 추계방식으로 되돌아가면서 국가채무비율이 다시 치솟게 돼서다. 5년마다 장기재정전망을 새로 내놓아야 하는 스케줄에 따라 기획재정부는 3차 장기재정전망을 내년에 내놓아야 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장기재정전망은 가정에 따라 많이 달라지게 된다"며 "내년 전망과 관련해서는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