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적 비수기 앞두고 회사채 시장, 수요예측 줄대기
2024.06.06 11:59
수정 : 2024.06.06 17:2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운영자금 등을 마련하기 위한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잇따르고 있다. 여름휴가철이 시작되는 계절적 비수기(7~8월)를 앞두고 상반기 막판 자금 조달에 나서는 것이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6월 한 달 간 공모 회사채 발행을 위해 수요예측을 진행했거나 진행할 예정인 기업은 총 15곳(잠정)에 이른다.
대부분 AA급의 우량 신용도를 보유한 기업이지만 BBB급과 A급 기업도 더러 눈에 띈다. 사전청약에서 실패하더라도 리테일 시장에서 고금리에 매력을 느낀 일부 개인 투자자들이 해당 물량을 인수해줄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작용한 때문이다.
신용등급 BBB+의 HL D&I는 비우량 등급인 데다 건설채지만 공모채 발행에 도전한다. 공모채 600억원 모집을 목표로 오는 12일 수요예측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수요예측은 부동산 경기 침체가 계속되는 상황 속에서 건설업종에 대한 투자심리를 살펴볼 수 있는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앞서 HL D&I는 지난 2월 700억원 회사채 발행을 목표로 수요예측을 실시했지만 한 건의 주문도 받지 못했다. 이번 청약에서도 미매각이 발생할 경우 대표주관사(KB증권·키움증권)가 해당 채권을 전액 인수해야 한다. 이들 주관사는 인수한 회사채를 그대로 들고 있거나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리테일 시장에서 셀다운(재매각)하게 된다. '채권개미' 열풍이 지속되면서 문제없이 소화될 것이라는 시장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신용등급 A-의 대한항공도 공모채 발행에 도전한다. 2·3·5년물로 수요예측 목표치는 2000억~2500억원이다. 사전청약이 흥행할 경우 4000억원까지 증액할 계획이다. 이달 17일 수요예측을 실시하며, NH투자증권과 KB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6개 증권사가 공동으로 대표주관을 맡았다.
삼척블루파워(A+)도 같은 날 3년물 1500억원치 발행을 목표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석탄산업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부 시민단체가 삼척블루파워에 상업운전 계획을 취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리테일 시장에서 개인을 대상으로 회사채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비교적 높은 금리가 개인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쌍용씨앤이(A0)와 GS글로벌(A0) 역시 우량한 채권은 아니지만 공모채 발행에 도전한다.
이 외에 공모채 시장을 두드리는 것은 AA급 회사채가 대부분이다. 우리금융지주(AA-), 한화에어로스페이스(AA-), KCC글라스(AA-), 광주신세계(AA-), GS칼텍스(AA+), 농협금융지주(AA-) 등이다. KT스카이라이프(AA-), 이지스자산운용(A-), LG유플러스(AA0), DL에너지(A0) 등 4곳은 지난 3~4일 수요예측을 마쳤다.
한편 개인의 채권 매수 열풍이 이어지면서 시장에 풀리는 회사채 물량을 흡수하고 있다. 올해 들어 채권개미들이 사들인 회사채 물량은 4조원을 훌쩍 넘어 시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우호 세력군이 됐다는 평가다. 개인의 채권 순매수 규모가 은행(3조6463억원), 기타법인(4조2309억원), 상호금융사(2조2371억원) 등의 순매수 규모를 웃돌았다. 채권금리가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는 인식과 함께 채권가격이 저점 수준이라는 판단이 채권개미 열풍을 일으켰다는 분석이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