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전공 모집 확대 그 이후

      2024.06.06 18:36   수정 : 2024.06.06 18:45기사원문
지난달 30일 교육부가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발표함으로써 지난 반년 동안 대학사회를 큰 혼란에 빠뜨렸던 무전공 모집 확대 논란은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이 논란은 작년 12월 중순 '대학혁신지원사업 개편안 시안'이라는 3쪽짜리 문건이 대학에 전달되면서 시작되었는데, 여기에는 수도권 대학은 무전공 모집 비율이 2025학년도에는 20% 이상, 2026학년도에는 25% 이상이 되는 경우에만 대학혁신지원사업 예산의 절반에 달하는 인센티브의 지원대상이 된다는 가히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다. 대학의 입학전형은 고등교육법에 따라 3년 전에 예고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의 고등교육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는 정책을 이렇게 급하게 추진하는 것이 놀라웠고, 재정지원을 구실로 대학들이 교육부의 방침을 따르도록 하려는 것도 실망스러웠으며, 무엇보다 모집 단위의 유형과 비율까지 교육부가 정하겠다는 발상이 절망스러웠다.



정부의 정책이 알려진 이후 전국의 인문대학장들은 이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고, 전국교수노동조합을 비롯해 7개 교수단체는 기자회견을 열어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였다. 또 대학 총장들은 교육부 장관에게 속도조절을 건의했고 언론매체들은 이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이 정책으로 인해 거의 모든 대학이 심한 내홍을 겪었으며, 심지어 이에 반발하는 학생들이 대학본부를 점거하고 농성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지난 1월 말에 교육부는 당초의 계획을 철회하고 무전공 선발 비율에 따라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선회하기는 했지만, 결국 대부분의 대학은 재정지원이라는 당근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 결과 내년도 대학 신입생 10명 중 3명은 무전공으로 입학하게 되었는데, 우리나라의 주요 대학들이 2024학년도에 모집정원의 6.6%만을 무전공으로 선발했던 것과 비교해보면 4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이제 이전에 없던 무전공 모집 단위를 신설한 대학들은 내년 3월에 신입생이 입학하기 전까지 매우 바쁘게 됐다. 무전공으로 입학한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부터 결정해야 하고, 이 학생들을 위한 교과목을 개발하고 학사 조직을 신설하고 규정을 제·개정해야 한다. 그리고 이 학생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고 이 학생들을 지도할 교수를 확보해야 한다.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은 없지만 이 모든 것을 앞으로 8개월 남짓 남은 시간 내에 마무리해야 한다. 그 후에도 충분히 준비하지 못하고 시작하는 제도라서 많은 시행착오를 피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 제도가 안정화되려면 또 몇 년이 더 소요될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내년에 무전공으로 입학하는 학생들에게 이 정책의 취지에 맞는 교육을 제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애꿎은 학생들만 부실한 교육정책으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되었다.

현재 무전공으로 입학하는 학생들이 자퇴하거나 휴학하는 비율이 전공을 선택해 입학하는 학생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데, 교수나 선배와의 관계 형성이 어려운 것이 한 가지 이유이고 대학이 이 학생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것이 다른 이유라고 한다.
학내외의 많은 우려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교육부의 정책을 수용한 대학들은 정부로부터 추가로 지원받는 예산을 포함해 대학의 자원을 충분히 활용해 무전공으로 입학한 학생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고 이 정책의 취지대로 본인의 적성에 맞는 전공을 찾아갈 수 있도록 지도하고 지원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교육부는 이 정책으로 인해 더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기초학문의 약화 문제에 대한 대책을 해당 분야를 포함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의견을 청취해 마련해야 할 것이다.
순서가 뒤바뀌기는 했지만, 이제라도 무전공 모집 확대 정책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를 열린 마음으로 청취하고, 국가의 인재 양성과 학문 발전 그리고 국가의 경쟁력 강화라는 큰 틀 안에서 이 정책을 재고해봐야 할 것이다.

강창우 서울대 인문대학장 독어독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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