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은행 왔다가 무료 진료까지" 매주 100명 몰리는 하나銀 천안역 컬처뱅크 '오픈런' 이유 있었다

      2024.06.09 15:09   수정 : 2024.06.09 15:09기사원문



"아침 9시 반 쯤에 은행 앞에 와서 기다렸어요. 한국에 온 지 6년 됐는데 천안에서 일하면서 자주 와요. 하나은행에 외국인 지원이 많고 편해서 친구들이 추천을 많이 해줬어요."(스리랑카에서 온 1988년생 다나자야씨)
"오늘은 혈압약을 받으러 왔어요. 친구가 얘기해줘서 작년에 처음 무료 진료소를 알았고, 오늘도 친구 두 명이랑 같이 왔어요." (천안 라파엘클리닉을 찾은 천안 거주 인도인)
[파이낸셜뉴스] 【천안=김나경 기자】천안역에서 걸어서 5~6분이면 도착하는 역세권에 위치한 하나은행 천안역지점. 지난 2일 일요일 오전 10시 문을 연 지 17분 만에 대기 손님이 98명에 달했다. 손님들은 인도네시아·태국·미얀마·캄보디아·스리랑카·러시아 등 출신 나라별로 삼삼오오 테이블에 모여 앉아 있었다.

김진여 하나은행 천안역지점장은 "외국인 손님한테 입소문이 많이 났다.

페이스북과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알아보고 오는 손님들도 많다"면서 "매주 일요일 아침 100명 정도 손님이 대기하신다. 오늘은 대기가 많은 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외국인 손님은 기다리는 동안에는 통역 직원의 안내에 따라 서류를 작성하고, 같은 언어를 쓰는 다른 손님들과 소통한다. 지난달 13일 이전 개점하면서 공간이 넓어진 데다, 천안역지점은 외국인 근로자 및 다문화가정을 위한 '글로벌 커뮤니티센터'로서 다양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서다.

스리랑카에서 온 다나자야씨는 "체크카드 기간을 연장하려고 왔다.
은행에 왔는데 옆에 병원도 찾을 수 있어서 편하다"라며 "천안에서 일하면서 여기가 좋아서 자주 온다"고 말했다.

외국인 손님들은 이곳 컬처뱅크에서 실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를 무료로 지원 받을 수 있다. 필리핀, 태국어 등 7개국 언어로 된 책들을 읽고 다문화가정 지원 프로그램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은행 손님이 아니라도 누구에게나 문이 열려 있다. 사단법인 라파엘클리닉과 운영하는 무료진료소에는 가족 단위로 찾는 외국인들이 많았다. 걸음마를 막 뗀 아이들과 부부가 함께 무료 진료를 기다리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격주 일요일마다 열리는 라파엘클리닉은 내과, 외과, 치과를 항시 운영한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하루 평균 30~40명이 무료 진료소를 찾는다. 일반 병의원과 마찬가지로 접수하고 혈압체크를 한다. 특히 치과 진료에 대해 외국인들의 만족도가 높다. 격주마다 치과의사 3명이 하루 평균 30여 명의 외국인을 진료하고 있다.

이선영 하나은행 컬처뱅크 천안역지점 매니저는 "치과 진료는 첫 방문 이후 전화 예약제로 진행되는데 만족도가 높다"라며 "천안의 치과의사 10여 명이 모여 정기 봉사를 진행한다. 의대생, 간호 봉사자들까지 합치면 30명 정도가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은 2층 공간 전체를 임대해 라파엘클리닉 및 천안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공간과 운영비를 무료로 지원한다. 지난해 천안역지점 글로벌커뮤니티센터 방문자 수는 △라파엘클리닉 무료진료 789명 △천안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교육 및 문화 클래스 4726명 △하나은행 컬처뱅크 교육 및 문화 클래스, 이벤트 등 752명 △천안 모이세 외국인 공동체 활동 684명 등 총 6987명으로 지난 2022년(2978명)의 2.4배 수준으로 늘었다.




천안역지점에서는 외국인 손님들에게 컬처뱅크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안내하고 있다. 김 지점장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이 근무하는 기업체에 컬처뱅크를 소개하는 안내문을 만들어드리고, 치과 치료가 필요하면 라파엘클리닉을 무료로 이용하라고 말씀드리고 있다"고 했다.

인도네시아어 통역을 담당하는 외국인 직원은 "충남에서 많이 오고, 기차 타고 대구와 부산에서도 온다"면서 "페이스북, 인도네시아 외국인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2주마다 치과 무료진료를 하고 다문화가정 지원 프로그램도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고 전했다. 멀리서 오는 외국인 손님들은 은행을 찾을 때 병원진료·다문화가정 프로그램까지 '원스톱'으로 받을 수 있어 편리하다.

기본적으로 일요일에 문을 열고, 통역 직원들이 컬처뱅크 서비스까지 안내해줘서 이용이 편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천안 자동차부품 업체에서 일하는 1989년생 베트남 손님은 "평일에는 오후 7시까지 일해서 올 수가 없다.
일요일에 문을 열고 우리말로 도와주는 직원이 있어서 자주 온다"라며 "모바일뱅킹 앱으로 해외송금하는 방법도 알려줘서 송금은 하나EZ앱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외국인손님 특화 컬처뱅크 확대를 검토 중이다.
권혁준 하나은행 채널전략부장은 "컬처뱅크 천안역지점은 은행과 병원 서비스, 다문화가정 지원 프로그램까지 원스톱 지원이 특장점"이라며 "외국인 손님과 접점을 확대하고 사회에도 기여하기 위한 다양한 콘셉트의 컬처뱅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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