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 침범 사망사고 사실 만으로 '중대한 과실' 단정할 수 없어" 대법
2024.06.09 14:35
수정 : 2024.06.09 14:3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운전 중 중앙선을 침범해 사망사고를 냈다는 사실만으로 채무자회생법상 채무 면책이 되지 않는 ‘중대한 과실’로 단정할 순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고 당시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심리해야 한다는 취지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재단법인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이 A씨를 상대로 낸 양수금 청구 소송을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1997년 1월 서울 종로구 한 고가도로에서 차를 몰다가 중앙선을 침범해 맞은편에서 오던 차량과 부딪혔다. 이 사고로 상대 차량에 타고 있던 3명 중 1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보험사는 자동차손해배상 보장사업에 의거, 피해자 측에 4500만여원을 지급하고 A씨에 대한 채권을 보유하게 됐다.
그러다 사고 후 10여년이 지난 2014년 A씨는 법원에 파산·면책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듬해 6월 A씨의 면책을 결정했다.
이후 2020년 2월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은 보험사로부터 채권을 양수해 A씨를 상대로 양수금 청구 소송을 냈다.
소송의 쟁점은 A씨에 대한 채권이 탕감이 안 되는 채무자회생법상 비면책채권에 해당하는지였다.
이 법은 채무자의 중대한 과실로 타인의 생명이나 신체를 침해한 불법행위에 따라 발생한 손해배상을 비면책채권으로 규정한다.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은 이 채권이 A씨의 중대한 과실에 따른 불법행위 때문에 발생한 만큼 면책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A씨는 2015년 법원 결정에 따라 이미 면책됐다고 맞섰다.
1·2심은 모두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가 1차로를 주행하던 중 차로에 다른 차가 진입하는 것을 발견하고 충돌을 피하려다가 중앙선을 침범한 점 △당시 제한속도를 현저히 초과해 주행하지도 않은 점 등에 주목했다.
대법원은 “피해자 중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상을 입은 사정은 중대한 과실 여부를 판단하는 직접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면서 “A씨가 중대한 과실에 따라 사고를 일으켰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