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군인들이 페인트통 들고 하는 일이...
2024.06.10 06:00
수정 : 2024.06.10 06:00기사원문
북한이 전국적으로 ‘통일’ 문구 지우기에 나선 가운데 북한 군인들이 직접 페인트를 사서 ‘통일’ 문구를 지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양강도 혜산시에는 지난 4월부터 페인트를 구매하려는 군인들로 붐볐다. 혜산 시내부터 백두산 밀영, 삼지연 등 주요 혁명유적지와 김일성, 김정일의 교시 등에 적힌 ‘통일’ 문구 지우기 작업에 투입됐으나 정작 북한 주민은 당혹감 속에 혼란스러움을 느끼고 있다고 RFA는 전했다.
함경북도 라선시에는 한국 현대자동차로 운영하던 택시가 큰 인기를 끌었는데, 최근 이 택시도 모두 폐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통일’ 지우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북한 당국이 한국과의 철저한 단절은 물론, 선대로부터 김정은 총비서를 차별화해 신격화하려는 움직임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요즘 북한 각 지역에선 각종 출판물과 교양 사업에서 '통일' 문구 지우기 노력을 위해 박차를 가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북한 소식통에 의하면 4월 하순부터 양강도 혜산 시내에 많은 군대 병사들이 페인트를 구매하기 위한 움직임이 관측됐다. 처음에는 ‘군부대 꾸미기’로 알려졌으나 넓은 범위에서 ‘조국 통일’과 관련된 문구나 구호 등을 페인트로 지우고 새로운 문구를 쓰기 위한 페인트 구매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는 얘기다.
북한에선 코로나 대유행 이후 군대와 일반 주민 사이에 접촉이 많이 제한됐으며 최근까지도 시내에서 군인의 모습도 많이 줄었지만 갑자기 4월 중순 이후 군인들이 많이 나타난 것은 통일 문구를 지우기 위한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 지역에서 백두산과 삼지연이 위치한 양강도는 소위 혁명유적지가 많은 지역이다. 밀영에는 조국 통일과 관련한 비석과 김일성, 김정일의 말씀, 교시 등을 그대로 써놓은 여러 기념비나 시설 등에 통일 관련 문구가 많다고 알려졌다.
그런데 ‘그걸 다 없애라’는 지시가 있어 지난 4월부터 작업에 들어가서 지금은 거의 없어졌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관련 전문가들은 북한에서 ‘통일’이라는 문구가 있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어서 그걸 다 지우려면, 페인트와 그 작업량이 상당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북한에도 국산 페인트가 있지만 질이 나빠서 중국산 페인트를 구하기 위해 혜산시까지 많이 들어왔지만 최근에는 장마당에서 중국산 페인트가 거의 없어졌는데 이것은 북한 기업소나 조직, 기관이 페인트 구매에 나섰던 때문으로 추측했다.
그런데 그런 것을 지우고 있다는 것이 북한 주민에게는 매우 당황스럽고 상당한 충격이어서 북한 주민들 조차 혼란스럽고 당황해하면서 극도의 통제 속에서도 ‘왜 이런 일을 할까’라는 말이 조금씩 나돈다고 전문가들은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그러면서 전문가들은 "이것은 단순한 통일 지우기가 아니라 김정은 총비서를 할아버지 김일성, 아버지 김정은과 차별화하면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하나의 수단일 수 있다"며 "북한 주민들에게 ‘이제 한국과 통일은 꿈도 꾸지 마라'는 한국에 대한 환상과 이미지를 완전히 떨쳐버리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