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깔린 마약의 덫… 비대면·익명성 뒤로 꼭꼭 숨어 영업
2024.06.09 18:31
수정 : 2024.06.09 18:31기사원문
■ 해마다 늘어나는 SNS·인터넷 이용한 마약류 거래
9일 기자가 필로폰을 뜻하는 은어인 'XX스'를 구글 검색에 넣어보았다. 그러자 'XX스 팝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텔레그램 아이디를 게시한 게시글을 10개 이상 발견할 수 있었다. 해당 게시글들에는 '(마약류 판매를 자처하는)사기꾼들이 기승입니다. 조심하시고 안전하게 신속한 거래'라는 문구와 함께 자신들이 파는 필로폰이 '정품'임을 강조했다. 또 판매자는 '대화 내용은 바로 삭제합니다'라면서 수사 기관의 수사망으로부터 자신의 서비스가 안전하다는 것을 강조하며 필로폰 구매를 독려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이 검거한 마약류 사범은 지난해 1만7817명으로 이중 인터넷을 통해 마약류를 거래한 사범은 전체의 25.2%에 해당하는 4505명이다. 문제는 전체 마약류 사범에서 인터넷 거래를 한 사범의 비중이 해가 지날수록 높아진다는 점이다, 5년 전인 2019년 20.3%(2109명·1만411명)에 불과했던 인터넷 마약류 사범의 비중은 2020년에 21.4%(2608명·1만2209명), 2021년에 24.0%(2545명·1만626명), 2022년에 25.5%(3092명·1만2387명)로 증가하고 있다.
경찰은 최근 몇년간 2030 세대의 마약류 사범이 급증한 이유도 SNS의 영향으로 보고 있다.일선에서 마약류 범죄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공무원 A씨는"젊은 층의 경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터넷 등에 대한 접근성이 다른 연령대보다 높다"면서 "최근 5년간 마약류 사범 단속 인원을 봐도 2030세대는 2019년 47.6%(7647명)에서 올해 1·4분기 61.7%(3113명)로 비중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 SNS·인터넷 이용한 비대면성·익명성 강화...."수사 어렵게 만들어"
마약 유통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경찰 수사는 장기화 하고 있다. 과거 오프라인 방식 유통의 경우 거래 정보를 미리 파악하거나 잠복 수사로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온라인 유통의 경우 익명성이 커져 범죄자를 특정하기가 어렵다. 현장에서 검거해도 대다수 유통책이 말단 '드랍퍼'인 경우가 많아 상선을 잡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서울 동대문경찰서가 지난달 29일에 발표한 마약류를 유통 전화금융사기 조직의 검거 사례가 대표적이다. 경찰은 텔레그램을 매개로 활동했던 해당 조직의 조직원 27명을 검거하기 위해 지난해 5월부터 1년 동안 수사력을 집중해야만 했다.
A씨는 "코로나19 이후에 SNS·인터넷을 이용한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다 보면서 범인들을 검거하기가 어려워졌다"면서 "예전처럼 마약류 유통이 대면거래로 이뤄지면 현장을 덮쳐 법인들을 일망타진하면 되지만, 요즘의 경우 상호 약속된 장소에 마약류를 숨겨 놓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이 유행하니 현장을 덮쳐도 범인들을 모두 잡기가 힘들다"라고 말했다. 이어 "또 상선과 말단 유통책('드랍퍼') 역시 SNS·인터넷을 이용해 익명으로 지시를 전달하고 전달받는 등 점조직 형식으로 조직이 운영되다 보니 드랍퍼를 잡아도 상선을 추적할 수 있는 단서를 수집하는 데 한정적"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어려움이 있다면 SNS·인터넷을 이용한 마약류 유통 조직의 국내외 영역 확대를 들 수 있다. 이는 원거리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SNS·인터넷의 특징을 이용한 것이다. 특히 해외에 체류하는 상선이 외국인인 경우는 국내 송환이 불투명하다. 여기서 외국인은 조선족 중국인들도 포함된다. 실제 지난해 발생한 '강남 마약 음료 사건'에서 주범인 중국인 C씨는 캄보디아에서 검거됐지만 캄보디아와 중국에서 재판을 받을 예정이라 국내 송환은 어렵다는 전망이 경찰·법조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경찰공무원 B씨는 "해외 상선이 내국인이 아닌 외국인인 경우는 송환이 어렵다고 보면 된다"면서 "특히 중국의 경우는 자국인이 국내 마약류 범죄와 연루가 되어도 인계를 안해주는 것이 보통의 일"이라고 전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