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대 입시 비리 교수 5명 송치…고액 과외에 입시도 관여

      2024.06.10 12:43   수정 : 2024.06.10 14:5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소위 '마스터 클래스'라는 명칭으로 수험생들에게 불법 과외를 해준 음대 교수 13명이 검찰에 넘겨졌다. 이들 중 5명은 실제 음대 입시 실기평가에서 자신이 과외해준 학생에게 높은 점수를 줘 일부 합격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다.

■총 1억 넘는 과외비 받고 불법 교습
10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반부패수사대(안동현 총경)는 학원의설립·운영및과외교습에관한법률(학원법) 위반, 업무방해, 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의금지에관한법률(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현직 대학교수와 입시 브로커를 포함한 피의자 17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입시 브로커 A씨는 지난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음대 성악과 입시생들을 상대로 대학 교수가 진행하는 불법 과외를 알선해주고 대입합격 청탁까지 해준 혐의를 받는다. A씨는 당시 서울 강남구 서초구 일대 음악 연습실을 대관해 음대 입시생들을 대상으로 미신고 과외교습소를 운영했다.


A씨는 불법 교습소를 통해 총 679회 성악 과외교습을 진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곳에서 현직 대학교수 B씨 등 13명은 성악 과외교습을 총 244회 진행한 뒤 교습비로 1억 3000만원 상당을 챙겼다. A씨는 교수에게 과외를 받기 전 목을 푸는 것을 봐주는 '발성비' 명목으로 1인당 7만~12만원을 학생들에게 받았다. 교수들은 30~60분 과외를 해주고 교습비로 1인당 20만~50만원을 현금으로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수험생들은 1회 과외 교습을 받으면서 발성비, 교수 레슨비 외에도 반주비, 연습실 대관료까지 떠안아 최대 70만원까지 지불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불법 과외를 해준 교수들 가운데 B씨 등 5명은 A씨의 청탁을 받고 실제 음대 입시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입시철에 과외 횟수를 늘리면서 교수들에게 수험생들이 지원하는 대학을 알리거나 수험생들의 실기고사 조 배정 순번을 알려주는 방식으로 교수들에게 입시 개입을 청탁했다.

그 결과 교수 5명은 서울대, 경희대, 숙명여대 등 4곳의 입학 실기평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자신이 과외해준 학생에게 높은 점수를 줬다. 대학에 따라 블라인드 평가가 이뤄진 곳도 있지만 교수들은 연습곡목, 조 배정 순번이나 발성, 목소리 등으로 자신의 과외학생을 알아봤다. 이에 따라 일부 과외 학생은 해당 대학에 합격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다른 심사위원이 준 점수와 합산하면서 총점이 낮아 불합격한 학생도 있었다.

■합격 후에도 '제자 선발 오디션' 청탁
브로커 A씨와 교수 B씨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추가로 받는다. B씨는 수험생 2명에게 입시 당일까지 집중 과외교습을 해줬으며, 이들이 대학에 합격하자 학부모로부터 사례로 현금, 명품 핸드백을 받았다.

또 해당 학생들 측은 자신이 합격한 대학의 유명세 있는 성악과 교수 C씨의 제자가 되고자 A씨를 통해 현금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C씨가 해당 학생들을 제자로 받아주면 대학 졸업 후 성악계 활동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해서였다. 금품을 받은 C씨는 이들을 위한 비공식 '제자 선발 오디션'을 진행했다. C씨 또한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경찰은 해당 대학교에 이들의 불법행위를 통보하고 제도 개선을 요구할 예정이다. 경찰은 이번 수사를 하면서 전국 음대 33곳의 입시 심사위원 관련 자료를 전수 조사했다.
경찰은 "교원의 과외교습은 법으로 금지돼 있고 입시 심사위원에게 자신의 입시 정보를 제공하는 등 입시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합격한 이후라도 입학이 취소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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