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맞춤형' 꽃길 깐 민주

      2024.06.10 18:27   수정 : 2024.06.10 18:32기사원문
이재명 대표 연임과 대선 행보 지원용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당헌·당규 개정안이 10일 최고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공당의 시스템을 사인(私人)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끼워 맞춘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표 사퇴 시한 등에 대한 당헌·당규 개정안을 의결했다.



현행 당헌에 따르면 대표나 최고위원이 대선에 출마하려면 선거일 1년 전까지 사퇴해야 한다. 개정안은 여기에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을 상당하거나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 당무위원회가 결정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을 신설했다.
당무위 의장은 대표라 사실상 ‘셀프 결정’이 가능하다.

민주당은 대통령 후보 선출 규정에는 예외 조항이 있는데 대표 사퇴 규정에는 예외 조항이 없기에 '조항의 완결성'을 위한 개정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실상은 이 대표 연임과 대권 가도를 뒷받침하기 위함이라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행 당헌대로면 오는 8월 임기가 끝나는 이 대표가 연임을 해도 차기 대선을 1년 앞둔 2026년 3월 전에는 사퇴해야 한다. 그런데 개정안대로면 이 대표는 2026년 6월 열리는 지방선거에 대한 공천권을 행사한 후 대표직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된다. 지선 승리 시 대권 재도전 밑거름으로 쓸 수 있는 것이다.

다소 무리한 개정 아니냐는 비판이 당내에서도 제기되자 이 대표 본인은 해당 부분은 개정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지도부 구성원 다수가 시안에서의 '전국 단위 선거', '대통령 궐위', '대통령 선거 일정 변경' 등 오해를 살 수 있는 문구를 빼면 된다고 설득해 관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한 비명계 의원은 "기존 안의 경우 불공정한 게임의 룰로 자칫 특정 인사가 정치적 이득을 보는 것을 막겠다는 차원에서 당원들의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 마련된 것"이라며 "이를 무리하게 개정할 경우 특정 인사를 위한 정치적 수순 밟기라는 일각의 의구심이 기정사실화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민주당은) 시간이 지나면 크게 문제 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듯하다”면서도 “(이런 움직임이) 쌓이고 쌓이면 개인을 위해 당이라는 공적 조직이 움직인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것 같다”고 짚었다.

그렇지 않아도 대북 송금 관련 혐의를 받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1심 유죄 선고로 이 대표 사법 리스크가 가중된 상황이다.

한편 당헌·당규 개정안에는 원내대표·국회의장단 선거 시 권리당원 투표를 20% 반영하는 내용, 부정부패에 연루돼 기소된 자의 직무를 자동 정지하는 규정을 폐지하는 내용 등도 담겼다.
당규 개정안은 오는 12일 당무위 의결로, 당헌 개정안은 17일 중앙위 의결까지 거치면 확정된다. glemooree@fnnews.com 김해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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