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강변서 사라진 네 살 아들 40년째 수색 "희망 잃지 않아"

      2024.06.10 18:56   수정 : 2024.06.10 18:56기사원문
더운 여름이 시작된 1984년 7월 부산 북구 주례동(현재 사상구 주례동)의 한 상가 건물에는 음악학원이 있었다. 주변에 동주초등학교와 주례여자중학교 등 학교가 많아 학원에는 원생이 많았다고 한다.

그해 음악학원은 여름을 맞아 하계 수련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날짜는 금요일인 7월 27일로 결정이 됐고, 장소는 공기 맑고 물 좋기로 유명한 경남 밀양 유천강변으로 정해졌다. 주최 측인 음악학원에서는 수련회 하루 전날 직접 유천강변 답사도 하는 등 준비를 마쳤다.
수련회에는 원장의 아들 정문철군(당시 만 4세·사진)과 남편도 함께하기로 했다. 음악학원이 원장이 거주하던 집이기도 했기 때문에 원생들과 남편 그리고 원장의 아들 문철군은 모두 잘 아는 사이였다. 특히 문철군은 원생들과 함께 놀고 피아노도 쳤기 때문에 서로 친했다.

수련회 날이 되자 원장과 원생들, 남편 그리고 문철군까지 부산에서 밀양으로 가는 기차에 올랐고 유천강변에 도착했다. 유천강변에 도착해서 먼저 문철군의 아버지는 원생들과 문철군, 아내(원장)가 쉴 수 있는 천막을 치기 시작했다. 능숙한 솜씨로 천막을 치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10분께였다. 그런데 짧은 10분 정도의 시간에 문철군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문철군의 아버지는 "천막을 완성하고 돌아보니 문철이가 없었다. 순간 이상하다 싶어서 '문철아' 하고 고함을 지르면서 유천강변 주변을 모두 찾았는데 아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며 "함께 온 원생들이나 아내도 문철이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고 했다. 당시 유천강변에 사람이 많았는데도 문철이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누군가 모르는 사람이 문철이를 데려갔다면 반항하는 어린아이의 모습을 봤거나 소리를 들었을 것인데 봤거나 들었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며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아버지는 며칠을 더 밀양에 머물며 보 인근을 수색했지만 문철군을 찾지는 못했다고 한다.

소득 없이 돌아간 아버지는 신문에 문철이를 찾는 광고를 냈다. 신문광고 때문인지 문철군 실종 일주일째가 되던 날 전화가 한통 걸려 왔다.

아버지는 "여성의 목소리였다. 자기가 문철이를 데리고 있으니 찾지 말라고 하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며 "모르는 여성의 전화를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아들을 찾으려고 모든 노력했지만 제보 전화도 없고 목격자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문철군의 실종 이후 아버지와 어머니는 사라진 아들을 찾아 지난 40년 동안 전국 방방곡곡을 다녔다고 한다.


아버지는 "아직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언젠가는 문철이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기대한다"며 "문철이가 부모를 찾기 위해 유전자 검사를 하게 된다면 극적으로 상봉할 것이다.
죽기 전에 얼굴이라도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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