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만 인구도 위태.. 울산서 외국인 초대 음악회가 특별한 이유

      2024.06.12 14:00   수정 : 2024.06.12 14: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조선업 호황으로 외국인 노동자가 크게 늘어난 울산 동구에서 울산 시민과 외국인의 화합을 위한 음악회가 개최될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계속되는 울산 인구 감소의 새로운 대안으로 인식되면서 거주 외국인들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 외국인 노동자, 울산 인구 감소 제동에 한몫

12일 울산 동구에 따르면 세계 조선 산업의 중심인 울산 동구에 거주하는 외국인 수는 3년 전인 지난 2021년 4월 2919명이었지만 올해 4월 말 기준 8238명에 이른다.



울산시 전체 외국인 수는 2만 5229명인데 울산 동구에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수주 실적이 증가하면서 일손이 부족해지자 최근 비전문 외국 인력(E-9) 비자를 받고 입국한 동남아시아 지역 외국인 노동자들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은 지난해 말 7년 넘게 인구 순유출로 이어진 '탈울산' 현상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외국인 노동자는 광역시로서의 인구 규모도 유지시켜주고 있다. 현재 총인구 112만 6288명인 울산에서 2만 5229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한꺼번에 사라지면 110만명 선도 위태롭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시·도별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저조한 출산율과 청년 인구 유출이 계속될 경우 울산시 인구는 오는 2036년부터 크게 감소해 2052년에는 광역시 승격 기준이었던 인구 100만명에 못미치는 89만명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추산됐다. 외국인 노동자 유입의 증가는 이러한 인구 감소 추세를 더디게 만들거나 그 이상의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하게 한다.

방어동의 한 상인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경제 활동이 동구 지역에 생기를 돌게 해주고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라며 "어느새 그들을 지역 주민으로 여기고 있다"라고 말했다.

■ 외국인 노동자와 화합 위한 음악회는 처음

외국인들이 울산 동구에 온 이유는 조선업 취업 외에도 결혼과 이민, 파견근무 등 사연이 다양하다. 지난 2022년에는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가족이 울산 동구에 정착하기도 했다.

국적은 동남아시아, 중국, 유럽, 미주, 중동 지역 주요 국가 30개국이 넘는다. 국적별 인구수는 베트남 2236명, 스리랑카 1173명, 중국 838명, 필리핀 610명, 인도네시아 548명, 태국 441명, 러시아 263명, 네팔 201명, 미얀마 107명, 몽골 94명 순이다.

사실 울산 동구에 외국인이 거주한 것은 아주 오래됐다. 현대중공업이 설립된 1970년대 초부터 선박 건조를 주문한 선주사의 엔지니어들이 식구들과 함께 상주해 왔고 이 지역 토박이들한테는 그렇게 낯선 풍경이 아니다.

이런 가운데 기업이 아닌 지방정부가, 엔지니어가 아닌 현장직 외국인 노동자를 초대해 지역 주민과의 화합을 위한 음악회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울산동구문화원은 외국인들이 손쉽게 한국 문화 적응하기 위해서는 한국인이 함께 하는 커뮤니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그 일환으로 이번 음악회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음악회는 주말인 오는 15일 오후 7시 현대예술관 대공연장에서 펼쳐진다. 연주는 관객이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음악으로 구성됐다.

울산현대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중심으로 클래식 금관악의 선두주자인 트럼피터 서울대 성재창 교수의 협연, '서울대 브라스 소사이어티'의 금관 10중주, 내드름연희단 및 소프라노 정루디아의 협연 등이 준비됐다.

내드름연희단은 우리 고유 문화를 소개하고자 전통 음악과 민속놀이가 어우러진 '버나놀음'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베트남, 태국, 스리랑카, 필리핀, 네팔 등 9개 국가의 민요와 대중음악을 편곡한 '이주노동자 고향 노래 메들리'를 준비, 색다른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울산동구문화원 관계자는 "외국인과 내국인 모두가 관객으로 참여해 함께 화합하고 즐길 수 있는 공연으로 만들겠다"라고 말했다.


이번 음악회는 전석 무료며 당일 현장에서 좌석표를 받아 선착순으로 입장하면 된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