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빅 펀드', 일본에 대규모 투자 러시
2024.06.11 15:06
수정 : 2024.06.11 15:06기사원문
【도쿄=김경민 특파원】 미국과 유럽의 글로벌 사모펀드(PEF)들이 잇따라 일본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11일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미국 베인캐피탈은 향후 5년간 5조엔(약 44조원) 규모의 일본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이는 베인이 최근 5년 동안 일본에 투자한 금액인 2조5000억엔의 2배 수준이다.
베인은 현재 일본에 투자한 가장 큰 펀드 중 하나다. 2018년에는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을 약 2조엔에 인수한 기업 컨소시엄에 참가하기도 했다.
베인은 이 펀드를 통해 향후 헬스케어와 인력 부족 해결에 도움이 되는 자동화 및 로봇 기술 분야에 집중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블랙스톤도 앞으로 3년 동안 부동산 포함 1조5000억엔 투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07년 블랙스톤이 일본에 진출한 이후 투자했던 금액과 맞먹는 규모를 2027년까지 투자한다.
칼라일그룹도 지난 5월 일본기업 투자에 특화한 펀드를 4300억엔 규모로 신설했다.
KKR 역시 향후 10년간 1조엔 이상을 일본에 투자할 방침이다. 이 회사는 2010년 이후 일본에 약 80억달러(약 11조원)을 투자해 왔다.
이들 PEF는 기관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과 은행 대출 등을 합쳐 투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기업의 대주주로서 설비 투자나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정리하는 등의 방식으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한다. 이후 기업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리고, 상장이나 매각을 통해 이익을 얻는다.
글로벌 PEF들이 일본으로 투자의 눈을 돌리는 것은 미국과 유럽보다 일본의 투자 수익성이 높다고 판단해서다.
실제로 투자에 대한 기대 수익률을 나타내는 내부수익률(IRR)을 보면, 칼라일이 2007년부터 설립한 주요 펀드의 수익률은 모두 8~14%에 달했다. 가장 최근 일본 펀드의 IRR은 28%를 기록했다.
반면 미국과 유럽은 금리가 여전히 높고 펀드 실적도 부진하다. 미 컨설팅 전문업체 베인앤컴퍼니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PEF 투자에서 북미는 전년 대비 38%, 유럽은 46% 각각 감소했다.
닛케이는 "미국과 유럽보다 일본의 수익률 전망이 높고 엔화 약세 등으로 우호적인 투자 조건이 있다는 인식이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