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통제 강화 사활 걸었는데..." 우리은행 횡령 사고, 왜?
2024.06.11 16:50
수정 : 2024.06.11 16:5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우리은행에서 100억원대 횡령사고가 또 발생했다. 지난 2022년 우리은행은 700억대 횡령 사고 이후 지정 감사 및 시재 점검을 강화하는 동시에 내부통제 혁신방안도 내놨지만 내부통제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직원 A씨의 대출 영업에서 이상징후를 파악하고 첫 횡령 사고로 추정되는 날로부터 한 달 만에 이를 적발해냈다는 입장이지만 한 달 동안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가상자산 투자… 회수 가능성 '희박'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A씨 범죄는 지난달 본격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최근까지도 한 금융소비자의 대출신청서와 입금 관련 서류를 위조해 대출금을 빼돌렸다. A씨는 해외선물과 가상자산 투자 실패로 약 60억원 손실을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은행 본점 여신감리부는 지난 5월 A씨 영업행태를 모니터링하는 과정에서 이상징후를 포착하고 소명을 요구했다. A씨는 지난 10일 경찰에 자수했다.
우리은행은 현재 구체적인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A씨가 횡령금을 은닉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횡령금 회수를 위한 특별검사팀도 급파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아무리 여러 번에 나눠서 서류 조작이 이뤄졌어도 금액이 100억원이 넘는데 이를 대출하는 과정에서 책임자의 크로스체크가 없었는 지 이해할 수 없는 사고”라면서 “A씨가 시스템상 허점을 악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향후 강도 높은 감사는 물론 구상권을 청구할 방침이다. 다만 횡령금 회수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17년 8월부터 2023년 7월까지 7년 간 은행권에서 발생한 횡령사고 피해액은 1512억원에 달한다. 여기서 올해 초 기준 횡령액 회수율은 9.1%에 불과한 실정이다.
우리은행은 금융그룹 차원에서 7월 내부통제 혁신방안을 발표하고 시스템 개선은 물론 직원 통제를 강화했다. 하지만 2년 만에 100억원대 횡령 사고가 재발하자 시스템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오른 것은 물론 행원의 도덕적 해이로 우리은행 신뢰도까지 타격을 입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내부통제 혁신방안 무력화
우리은행은 내부통제 프로세스를 재점검할 방침이지만 불과 1년 전에 마련한 내부통제 혁신방안도 무력화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우리금융은 임종룡 회장 취임 이후인 지난해 7월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부통제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우리금융은 전 임직원의 내부통제 인식 제고를 위해 ‘내부통제 업무 경력’을 필수화해 지주와 은행, 자회사의 전 직원들은 최소 1번씩 내부통제 업무를 맡게 하겠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에서 지점장으로 승진하려면 1번은 내부통제 관련 보직을 거쳐야하는 식이다. 준법감시, 리스크관리, 금융소비자보호, 검사실, 영업점 내 내부통제 담당 등을 거쳐 윤리의식을 제고하고 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을 이해하게 한다는 구상이었다.
내부통제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기 위해 내부자신고 인센티브도 최고 10억원으로 책정했다. 임직원이 외부 채널을 활용해 비위를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도 꾸렸다. 은행권 관계자는 “잇따른 횡령 사고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갖은 제도를 정비하고 직원 통제를 강화했다”면서도 “100명의 경찰이 1명의 도둑을 잡기 어려운 것처럼 철저한 내부통제의 어려움에 통탄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들도 잇따른 횡령, 배임사고에 내부통제 방안을 강화하는 등 고삐를 죄고 있다. 다만 내부통제를 강화해도 횡령과 같은 범죄 행위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KB국민은행은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책무구조도에 앞서 개정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을 반영해 내부통제체계를 강화했다. 특히 금융사고예방 강화를 위해 '지역그룹 내부통제팀'을 신설했다. 부점장과 팀장급을 2인 1조로 지역그룹에 파견해 현장의 내부통제 취약부분을 점검하는 것이다. 포상금최대 10억원의 내부고발제도도 운영 중이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장기근무자와 위험직무직원은 특명감사를 실시하고 금감원 내부통제혁신 방안에 따라 영업점은 3년 초과 장기근무자를 적정비율로 관리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좀 더 촘촘하게 따져서 허술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보완하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면서도 횡령과 같은 범죄, 개인의 일탈을 막는 것은 정말 어렵다"고 말했다.
mj@fnnews.com 박문수 박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