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집단 성폭행'가해자 사적제재 일파만파
2024.06.11 18:55
수정 : 2024.06.11 18:55기사원문
■ 피해자 2차 가해, 생사람까지 잡아
11일 경찰에 따르면 김해 중부경찰서는 지난 7일까지 명예훼손, 업무 방해 등 혐의로 밀양 집단 성폭력 관련 신상 공개를 한 유튜브 채널에 대해 고소 3건, 진정 13건을 접수해 수사에 나섰다.
앞서 지난 1일 유튜브 채널 '나락보관소'에는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당시 가해자들의 이름과 얼굴, 나이, 직장 등이 구체적으로 담긴 영상들이 게시됐다. 이에 사건이 재조명됐고 사회적 공분이 일었다. 실제 가해자로 지목된 한 남성은 일하던 가게가 문을 닫게 됐고 또 다른 남성은 회사에서 해고 통보를 받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엉뚱한 사람이 가해자로 지목돼 회사에서 대기 발령을 받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특히 피해자 동의 없이 원하지 않는 정보가 알려지면서 사적 제재의 탈을 쓴 2차 가해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나락보관소는 "피해자의 허락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피해자 지원단체인 한국성폭력상담소 측은 피해자 측의 허락을 받지 않았다며 반박했다. 또 다른 유튜브 채널도 당시 사건의 범행 수법 등이 자세하게 묘사된 판결문과 통화 음성을 게재하는 일도 있었다. 이 역시 피해자 측은 동의하지 않았다며 영상 삭제를 요구했다.
■ '정의' 표방한 '사적 이익' 우려
전문가들은 사적 제재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흉악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들이 소년법 적용을 받은 20년 전의 잘못된 판단이 지금 후폭풍으로 돌아온 것"이라면서도 "유튜버가 이익을 위해 경쟁적으로 신상을 폭로하고 피해자 보호 인식도 없이 무분별하게 사적 제재를 가하는 것에 대해서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 연구위원은 "처벌이 이뤄진 사람에 대해 공적이든 사적이든 다시 책임을 묻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와 맞지 않는일"이라며 "'정의'를 표방한 사적 이익을 위한 복수가 관례처럼 이뤄지며 부작용이 더 큰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