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 벗어났다고 끝 아냐… 경제활동 해야 진정한 자활"

      2024.06.11 19:13   수정 : 2024.06.12 08:16기사원문
"마약류 중독자들은 궁극적으로 재활(再活)이 아니라 자활(自活)해야죠. 재활은 신체적 회복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라면, 자활은 영적 문제까지 초점을 맞춥니다. 다른 말로 재사회화라고 할 수 있어요."

지난 4일 인천 남동구에 있는 '소망을 나누는 사람들' 사무실에서 만난 신용원 목사는 '중독자 자활'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신 목사는 사람이 마약류에 손을 대는 계기에 대해 "영적인 문제, 즉 인간 내면의 갈증과 공허함을 잠시나마 잊고 싶다는 그릇된 욕망에서 비롯한다"면서 "마약류가 영적문제를 잠시나마 회피하게끔 해주는지는 몰라도 인간관계 단절과 경제적 빈곤 등 부작용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 노동, 진정한 생활인으로 거듭나기 위한 자활

신 목사는 사단법인 '소망을 나누는 사람들'을 운영하고 있다. 마약류 중독·회복자들이 자활하며 살아가는 기독교 공동체다.
지난 1997년 문을 연 이 단체에는 마약류 중독·회복자 70명과 마약류 중독·회복자의 가족 24명 등이 함께한다. 소망을 나누는 사람들은 재활에 초점을 맞춘 다른 지원 시설과 달리 직업 자활을 병행하고 있다. 일자리를 알선해 마약류 중독·회복자들이 온전히 사회에 복귀토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신 목사는 "마약류 중독·회복자가 재사회화를 하려면 경제활동을 해야 한다"라며 "중독 폐해에서 회복하고 궁극적으로 반쪽짜리 생활인이 되지 않아야 할 것 아니냐"라고 강조했다.

소망을 나누는 사람들은 현재, 마약류 중독·회복자에게 직업자활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 세차장, 제과점, 가로가판 광고 사업체, 복수의 요식업체 등을 운영 중이다. 많은 시행착오도 겪었다. 떡 공장, 순대공장 등 사업체를 차렸지만 4번이나 부도처리하기도 했다. 사람들의 시선도 마냥 곱지만은 않았다.

일각에선 "신 목사가 마약 중독자들을 데려다 부려 먹는다"는 식으로 비난했다. 편견도 그의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신 목사는 진정한 자활, 즉 인간의 재사회화 과정에서 노동활동은 필수불가결한 것이므로 사업체를 운영해 마약류 중독·회복자를 위해 일자리 만드는 일을 27년간 멈출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내가 돈을 벌려고 했으면 전문 경영인을 모셔왔을 텐데, 그랬다면 4번이나 망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 '17년 중독자'에서 자활운동가로

신 목사는 마약의 달콤함을 잘 알고 있다. 17살에 약물류를 접했고, 34살이 되어서야 약을 끊었다. 학창시절 그는 전교회장을 한적도 있었고, 성적도 전교 상위권에 이를 정도로 리더십과 학업 성취도가 뛰어났다. 하지만 불우한 가정생활은 그의 마음을 채워주지 못했다. 9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박탈감이 점점 자라났다.

어느날 친구 어머니로부터 "아버지 없고 가난한 애"라는 멸시를 받았고, 요동치는 감정에서 일탈을 시작했다. 신 목사는 "처음에 17살 때 약물류를 했을 때 '이런 거 못한 사람은 불행한 사람이다'라고 생각할 정도로 마약류는 나에게 순간의 고통을 잊게해 줄 만큼의 극도의 희열을 안겨줬다"고 회상했다.

마약류로 삶은 피폐해졌다. 재정적 파산과 함께 모든 인간 관계가 끊겼다. 34살, 그는 삶을 스스로 마감하려 시도했다. 그 순간 몸 안을 알 수 없는 기운이 그를 따뜻하게 감쌌다고 한다. 그는 당시 기독교적인 영적 체험을 통해 공허함을 채울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신 목사는 "내가 영적 체험을 했다고 해서 이같은 물리적 상황이 변화한 것은 아니었다"면서 "하지만 내 스스로가 감격과 만족감 등의 에너지를 얻다 보니 몸과 마음을 주도적으로 통제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 처벌 일변도 정책, 이제 그만해야

그는 수요억제만을 강조하는 마약류 범죄 예방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일갈했다. 마약류 범죄는 암수범죄율이 높으므로 처벌만 집중하면 음성화되기 쉽다는 것이다. 검거율이 줄어들 수록 착시현상이 커질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신 목사는 "일각에선 투약자 처벌 강화하고, 마약수사청 신설 등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처벌 강화로 수요를 억제하기만 하는 것은 이미 서구사회에서 실패한 정책"이라며 "국가는 마약류라는 전염병을 치료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가 회복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중독재활센터를 추가하는 것보다 각 지역 사회에 있는 기관들을 지원하는 쪽이 효율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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