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L 침범한 北, 과연 이번에는 어떤 도발을 할까

      2024.06.13 06:00   수정 : 2024.06.13 12:5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군 당국이 지난 9일 오후 실시했던 대북 확성기 방송을 10일부터 사흘째 실시하지 않고 있다.

12일 군 당국 등에 따르면 북한도 10일 이후 대남 오물풍선 공세와 지난달 29일부터 닷새 연속 서해 서북도서를 향한 벌인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전파 교란 공격도 중단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합동참보본부는 북한군 수십명이 이례적으로 지난 9일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왔다가 우리 군의 경고사격에 퇴각했다고 이틀 뒤인 11일 밝혔다.

북한군의 뚜렷한 도발이 아니라는 판단과 갈등 격화를 방지하는 등 상황 관리 필요성 때문인 것으로도 풀이된다.

우리 군은 전략적·작전적 상황에 따라서 융통성 있게 작전을 시행, 필요한 시간만큼 필요한 시간대에만 작전을 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군사분계선을 넘어온 북한군 20∼30명 중 다수가 작업 도구를 들고 있었고, 일부는 무장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합참관계자는 "곡괭이 등 도구를 지참하고 작업 중이던 북한군이 길을 잃고 군사분계선을 넘어온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들의 움직임은 우리 군이 MDL 침범 전부터 식별·감시했다"고 부연했다.

북한군이 넘어온 MDL 인근엔 수풀이 우거져 길이 없고, MDL 침범 후 경고 방송·사격 후 바로 돌아간 정황 등에 비춰 길을 잃어 침범한 것으로 우리 군은 관측했다.

이러한 북한의 행태에 대해 군사 외교·안보 전문가는 결국 ‘고의’와 ‘비고의’를 불분명하게 하는 회색지대 성격의 인지전을 통해서 우리 군의 군사대비태세를 혼란에 빠뜨리려는 저의가 숨어 있을 수 있다고 짚었다.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은 본지에 "20∼30명의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을 침범한 것은 ‘고의’와 ‘비고의’의 중간지대 성격 강압을 통해 한국의 판단을 흐리도록 하는 인지전 차원의 셈법이 있다"고 분석했다.

반 센터장은 "북한의 오물풍선 파상 공세와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재개 등으로 이어지는 긴장의 연쇄고리 속에서 수십 명의 북한 병력이 MDL을 넘는 것은 군사적 충돌의 촉발요인이 된다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도 이와 같은 긴장 국면에서 북한군 무장병력이 아닌 작업병력이 MDL을 침범하도록 한 것은 ‘비고의’라는 인식 강압을 통한 ‘고의성’의 셈법이 숨어 있다는 의도를 배제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유사한 인지전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빈번하게 사용된 사례가 있다. 북한은 고의적으로 NLL을 침범하면서 항로착오, 기관고장 등을 구실로 내세워 한국군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인지전을 감행한 바 있다"며 "따라서 이는 해상 인지전의 육상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나아가 수십 명의 북한군 MDL 침범 도발로 북한이 구상하는 도발 방향도 간접적으로 예상할 수 있다"며 "소대규모 병력이 백령도, 연평도에 상륙해 인질전을 벌이는 등의 도발이 있을 수 있고, 북한의 수십 명의 특수전 병력이 한국의 어선 혹은 상선을 상대로 납치극을 벌이는 도발에도 나설 수 있다"며 "1~2명이 아닌 다수의 병력이 동원된 도발에 대비하는 상쇄작전이 필요해 보인다"고 제언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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