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망·분노가 부른 '살인'...'또래 살인' 정유정, '무기징역' 확정

      2024.06.14 06:00   수정 : 2024.06.14 06: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부산 또래 여성 살인사건'의 피의자 정유정의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정유정은 지난해 5월 26일 부산 금정구에 거주하는 피해자 집에서 흉기를 111차례 휘둘러 피해자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원망과 분노가 부른 '살인'
14일 공소장에 따르면 정유정은 한살 때 엄마가 곁을 떠났고 여섯살 때는 아버지에게도 버림받아 조부의 손에서 컸다.



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와 함께 살기도 했으나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정유정은 지난 2014년 아버지와의 말다툼 과정에서 아버지가 폭력을 행사하자 가정폭력으로 신고한 적도 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는 할아버지·새 할머니와 살다가 새 할머니의 뺨을 때리기도 했다.

검찰은 정유정이 가족들과 잦은 불화를 겪으면서 대학에 진학해 독립하기를 희망했으나, 대학 진학과 공무원 시험에 실패하는 등 어려운 경제환경과 생활환경에 대한 강한 불만이 원망과 분노로 변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런 정유정의 원망과 분노는 지난해 5월 20일께 집 청소 문제로 시작된 할아버지와의 말다툼을 계기로 실제 사람을 죽여 보아야겠다는 마음으로 발전한 것으로 보인다.

정유정은 기존에 사용해 본 적이 있던 과외 중개 앱을 이용해 살해할 대상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해당 앱에 자신을 중학교 3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라고 소개하며 영어 과외를 해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올렸다. 안타깝게도 20대 여성 A씨가 정유정과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처음 A씨는 거리가 너무 멀다는 이유로 정유정의 과외 제안을 거절했다. 이에 정유정은 계속해서 과외를 해 달라고 요구했고 일단 시범 과외 후 결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A씨는 이를 수락했고 중학생 아이와 자신의 집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정했다. 약속 날짜는 지난해 5월 26일 오후 6시께였다.

사건 당일 정유정은 중고로 구매한 교복을 입고 중학생인 척을 하면서 A씨 집에 찾아갔다. 집에 들어간 정유정은 A씨가 혼자 산다는 걸 파악한 뒤 소지하고 있던 흉기를 휘둘러 A씨의 목과 가슴 부위 등을 찔러 살해했다. 정유정은 A씨를 111차례나 찌른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 직후 행동도 치밀했다. 자신의 집에서 여행용 캐리어를 가져오면서 마트에 들러 칼, 락스, 비닐봉투 등을 구입했다. 다시 A씨의 집으로 돌아와서는 A씨의 시신을 훼손해 여행용 캐리어에 담았다.

살인에 시신 유기...무기징역 선고
정유정이 A씨의 집에서 나온 것은 사건 다음날인 지난해 5월 27일 새벽이다. 시신을 담은 여행용 캐리어를 가지고 A씨 집을 빠져나왔다. 곧장 택시를 탄 정유정은 경남 양산 호포역과 물금역 사이 지점에서 하차한 뒤 낙동강변 풀숲에 시신과 가방을 버렸다.

당시 정유정을 태운 택시 기사가 새벽 시간대 캐리어에 혈흔이 묻은 것을 수상히 여겨 경찰에 신고하게 됐고 경찰은 정유정을 긴급 체포했다. 이어 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은 정유정은 검찰 송치 이후 재판에 넘겨졌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정유정에게 무기징역 선고와 함께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30년을 명령했다.

1심 재판부의 경우 "20대 피해자는 꿈을 펼치지도 못하고 일면식도 없는 피고인의 살인 욕구 실현 때문에 살해됐다"며 "사회 구성원에게 이유 없이 범행 대상 될 수 있다는 공포를 일으키고 모방 범죄 증가로 불신을 조장해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2심 재판부도 "피해자는 주거지에서 생명을 잃게 됐고 가족들은 극형을 탄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3일 대법원에서는 정유정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한 원심판결이 확정됐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연령·성행·환경, 범행의 동기 등 여러 사정을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인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정유정은 1심에서 대법원까지 재판받는 동안 약 60회가량 반성문을 제출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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