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한 가자 주민들, 휴전 미루는 하마스에 반감

      2024.06.15 00:30   수정 : 2024.06.15 00:3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충돌이 14일(현지시간) 기준 252일째를 맞은 가운데 사건의 원인이었던 하마스에 대한 현지 주민들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 그동안 하마스의 철권통치 아래 침묵했던 주민들은 거리에서 하마스 대원이 모습을 감추고, 휴전 협상이 길어지면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가자지구 하마스 지지율 46%까지 떨어져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 팔레스타인 싱크탱크 팔레스타인정책조사연구소(PSR)가 전날 공개한 설문조사를 인용해 약 3개월 사이 하마스 지지율이 떨어졌다고 전했다.

가자지구를 지배하는 무장정파 하마스는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을 공격해 약 1200명에 달하는 민간인과 군인을 살해하고 252명을 납치했다. 같은달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침공해 하마스 소탕 작전을 벌였다.
하마스 산하 가자지구 보건부는 지난해 10월 7일 이후 13일까지 가자지구 사망자가 3만7232명이며 같은 기간 8만5037명이 다쳤다고 집계했다.

PSR은 개전 이후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에 걸쳐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가자지구를 포함한 팔레스타인 영역에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3번째 진행된 이번 조사는 지난 5월 26~6월 1일 사이 서안지구 성인 거주민 760명, 가자지구 주민 750명을 포함해 총 157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WSJ는 이번 조사 직후 이달 8일 가자지구 중부에서 이스라엘군의 인질 구출 작전 중에 274명의 현지 주민이 사망했다며, 이후 민심이 바뀌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설문 결과 가자지구에 사는 주민들은 종전 이후 가자지구를 다스릴 세력으로 어느 쪽을 원하느냐는 질문에 46%가 하마스라고 답했다. 이는 3개월 전 응답률(52%)에 비하면 낮은 수치다. 당장 전투지역 밖에 있는 서안지구 주민들은 같은 질문에 71%가 하마스를 원했다. 이는 3개월 전(64%)보다 오히려 높아진 숫자다. 하마스에 대한 두 지역의 종합 지지율은 61%였다.

지난 1947년 유엔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 식민지였던 팔레스타인을 유대인들의 이스라엘과 아랍계 주민의 팔레스타인으로 분할하는 합의안을 마련했다. 유대인들은 1948년 유엔 합의를 깬 뒤 일방적으로 이스라엘을 건국한 뒤 아랍계 주민을 몰아냈다. 현재 아랍계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영토로 간주되는 지역은 동예루살렘과 요르단강 서안지구, 가자지구다. 반(反)이스라엘 무장단체였던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는 이스라엘과 수십 년에 걸친 투쟁 끝에 1993년 오슬로 협정을 맺었다. 당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의 자치권을 보장하면서 향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공존하는 '2국가 해법'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PLO 산하 무장단체였던 하마스는 PLO가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로 바뀐 이후에도 강경론을 주장하며 이스라엘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하마스는 지난 2007년 가자지구에서 PA를 몰아내고 자치를 시작했다.


'대의' 내세워도 피해는 주민이 감당해야
이번 설문에서는 하마스가 지난해 10월에 이스라엘을 공격한 행동이 옳다고 생각하느냐고 묻는 질문도 있었다. 가자지구 주민들은 지난해 12월 57%가 ‘그렇다’고 답했다. 해당 비율은 올해 3월 71%까지 늘었다가 이번 조사에서 다시 57%로 줄었다. 서안지구 주민들이 ‘그렇다’고 답한 비율은 같은 기간 82%에서 3월 71%로 줄었다가 다시 73%로 늘었다. 양쪽을 합한 전체 비율은 72%에서 71%로 내렸다가 67%까지 떨어졌다.

사우디아라비아 매체 ‘아샤르크 알 아왓’에 기고하는 나지르 마자리 이스라엘 애널리스트는 13일 “최근 하마스의 행보 이후 가자지구 내 불만과 절망이 유례없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현지 주민들은 대응이 현명하지 못하고, 주민들의 고통에 대해 무책임하다며 하마스 비판 강도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PSR은 지난해 10월 7일 공격에 대한 여론을 두고 “반드시 하마스를 지지한다는 뜻은 아니며 민간인 학살이나 잔혹행위를 지지한다고 해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PSR에 의하면 이번 설문 응답자의 80%는 해당 공격 덕분에 국제 사회가 팔레스타인 상황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고 평가했다.

가자지구 알 아즈하르 대학의 므카이마르 아부사다 정치학 교수는 서안지구 주민들이 하마스에 대해 보다 호의적인 이유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서안지구 및 해외 거주중인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강경 노선의) 하마스에게서 일종의 명예나 긍지를 느낄 수도 있다”며 “그러나 전쟁의 대가를 치러야 하는 가자지구 주민들에게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라고 분석했다.

앞서 하마스와 이스라엘은 올해 초부터 미국과 카타르, 이집트의 중재로 휴전 협상을 진행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3단계 휴전안을 제시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10일 긴급회의를 열어 하마스와 이스라엘 양측에 바이든의 3단계 휴전안을 수용하라고 요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하마스는 11일 바이든의 제안을 거부하고 대신 이스라엘군의 완전 철수와 영구 휴전, 석방 인질 숫자 조정 등 일부 내용을 수정해 역제안에 나섰다. 이에 미국은 일부 내용은 수정이 불가능하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WSJ는 10일 가자지구 현지에서 저항을 주도하는 군사 지도자 야흐야 신와르가 카타르에 망명중인 하마스 정치국에 보낸 메시지를 분석했다고 밝혔다. WSJ에 따르면 신와르는 한 메시지에서 수십만명의 알제리 국민들이 프랑스로부터 독립을 위해 싸우다 사망한 사건을 언급하며 "이는 필요한 희생"이라고 주장했다.
WSJ는 신와르가 민간인 사망이 늘어날수록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보고 휴전 협상을 미루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