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 직전…'제4이통 딜레마'

      2024.06.15 11:06   수정 : 2024.06.15 13:3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7전8기' 제4이동통신사가 시작도 전에 좌초할 위기에 놓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번에도 주파수 할당 대상 선정 법인의 재정 여건이 발목을 잡는 모양새입니다. 기간통신사업자 신고 절차가 2019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전환했지만, 이번 사태로 정책적 한계가 다시 한 번 지적되고 있는데요. 알뜰폰(MVNO)과 이동통신사의 저가 5세대(5G) 이동통신 요금제가 부상하고 있는 현재 환경에서 제4이통이 필요하냐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오늘은 지금까지의 제4이통 추진 역사를 되돌아보고 이번 취소 사태를 좀 더 깊게 들여다 볼까 합니다.

■7전8기도…
제4이통은 이번에 처음 추진하는 정책이 아닙니다.
과거 정부에서도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를 이유로 7번이나 추진한 사례가 있는데요. 지난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일곱번의 제4이통 유치 시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죠. 정부가 일곱번에 걸쳐 제4이통 대상사 승인을 불허한 것 중 가장 큰 원인은 신청사들의 재정능력이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점에서였습니다.

당시에는 기간통신사업자 진입 절차가 허가제였기 때문에 제4이통 진입을 위해선 정부의 허가가 필수적이었습니다. 정부가 주파수할당신청기업의 재무적 능력을 심사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였는데요.

2016년 이후 7년이 지난 시점인 2023년 제4이통 추진 정책이 다시 부활합니다. 목적은 그때나 지금이나 같습니다. 통신시장 경쟁을 촉진하고, 가계통신비를 내리기 위해서입니다.

물론 과거와 현 시점 달라진 기준도 있습니다. 정부는 기간통신사업자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2019년 기간통신사 신고 절차를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전환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주파수 경매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가 반납한 5G 28㎓ 생태계 구축이 선행 조건으로 붙는 점, 기존 주파수 할당 조건 부담을 정부가 대폭 완화한 점 등도 다른 점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여덟번째 시도도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정부는 신뢰성을 언급하고 있지만, 쟁점이 발생한 치명적인 요인도 결국 재정 능력입니다.

■결국 돈,돈,돈
올해 초부터 시작된 주파수 경매 시작도 전에 나온 시장의 우려는 결국 돈이었습니다. 자금력이 증명되지 않은 법인들이 기간통신사로서 진입할 수 있겠냐는 의구심부터 주파수를 할당받더라도 사업을 지속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한 우려심이었습니다.

이 같은 우려는 주파수 경매에서부터 더 커집니다. 5G 주파수 최종 낙찰액이 4301억원으로 정해지면서 말이죠. 스테이지엑스 컨소시엄은 정부가 제시한 5G 28㎓ 최저경매가 742억원보다 6배 가까운 금액을 써내면서 경매에서 승리합니다. 스테이지엑스는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주파수라고 이후 강조했지만, 시장은 여전히 이통 3사가 포기한 주파수 대금에만 4000억원 이상의 큰 돈을 베팅하면서도 통신 인프라에 2000억원 미만을 투자하겠다는 청사진을 두고 '먹튀'와 같은 우려와 추측이 쏟아집니다.

이 같은 시장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올해 1·4분기까지만 해도 낙관적인 시각으로 제4이통 진입을 바라봤었습니다.

그리고 현재의 취소 사태가 벌어졌는데요. 지난 5월 7일 스테이지엑스가 주파수 할당에 필요한 자료를 제출하면서부터 문제가 본격적으로 생기기 시작합니다. 자본금, 주주구성 등과 관련해 당초 정부가 기대했던 서류 내용과 스테이지엑스가 제출한 서류 내용이 크게 상이하다는 점에서입니다. 궁극적으로 이 또한 스테이지엑스가 넉넉한 자본금을 갖고 있었더라면 문제가 되지 않았을 지점입니다.

기간통신사업은 말 그대로 전국망과 같은 인프라를 기반으로 영위하는 사업입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조 단위의 자본이 필요로 한다는 게 통상적인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증명 먼저" vs "할당 먼저"
정부는 이번 심사 결과에서 재정능력을 직접적으로 평가하거나 하지 않았다고 강조합니다. 아까 제가 언급한 허가제가 아닌 등록제의 절차를 거치기 때문입니다.

다만 정부는 현행법상 정부의 책무인 주파수할당 적격 심사에서 스테이지엑스가 '신뢰할 수 없는' 이행 실태를 보였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당초 스테이지엑스가 제출한 서류와 현 시점에서의 법인 상태 상 차이가 크고, 이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스테이지엑스가 서류상으로 초기자본금 2050억원, 주요주주 6곳 이상을 확보했다고 정부에 전달했지만, 현재 법인의 자본금 500억원 미만이고 주요주주 중에서도 투자금을 납입한 곳은 스테이지엑스의 모회사인 스테이지파이브밖에 없다는 해석입니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서류상 납입 시기와 금액이 임의로 작성될 수 있다면 신청서류 이행계획서의 신뢰를 담보하기 어렵다"며 "현재 사업자의 주장에 따르면 신청 당시 자본금이 0원인 법인이 될 수도 있고, 두달 후에도 자본금이 전혀 없는 회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외에도 정부는 5월 7일 초기금 납부일까지도 이 같은 설명을 지속 전달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스테이지엑스는 주파수 할당이 우선이었다는 명확히 명시한 점을 주장, 정부의 해석과 요구가 현행법상으로도 무리가 있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자본금 2050억원의 순차 납부 여부와 주주 간 투자확약서 등을 정부에 이미 전달했다는 설명인데요.

양측 모두 주파수 할당 자격 취소를 앞두고 열리는 청문에서 각자의 주장을 피력할 예정입니다.

■8전9기?…제4이통 기로
정부는 이번 취소 사태를 계기로 종합 연구반을 가동하고 제4이통 정책의 문제점과 보완점, 향후 추진 여부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일각에선 제4이통이 필요하느냐는 의문도 제기합니다.
우선 5G 28㎓를 활용할 사업모델(BM)이 마땅하지 않습니다. 중저대역 대비 도달 거리가 짧고 회절성이 낮아 더 많은 비용이 투입돼야 하는 특성 때문입니다.


그리고 현재 알뜰폰(MVNO)이 이통 3사의 대체제로서 자리잡았고, 이동통신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다는 점에서 굳이 새로운 사업자를 추가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질문인데요.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는 경제적, 사회적, 행정적 비용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제4이통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IT 한줄평 : 제死이통, 독이 든 성배

jhyuk@fnnews.com 김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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