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든 생명보험 2억원…윷놀이 도박 '컨테이너 살인'의 비밀

      2024.06.16 06:26   수정 : 2024.06.16 10:01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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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지난 2022년 11월 4일 오후 6시 30분쯤 전남 고흥군의 한 컨테이너에서 고성이 오갔다.

시커먼 연기와 함께 살이 타는 냄새도 흘러나왔다.

이후 온몸에 화상을 입은 60대 남성은 동네 주민들에 의해 실려나와 화상 전문병원으로 옮겨졌다.



신체표면 20%~29%에 달하는 큰 화상을 입은 피해자는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수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사고일로부터 4개월 16일이 지난 2023년 3월쯤 병원에서 끝내 숨졌다.

경찰 신고도 접수되지 않은 컨테이너 안에선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당시 이 안에서는 윷놀이 도박이 한창이었다.
A 씨(63)는 동네에서 20년간 알고 지내던 선배인 B 씨와의 윷놀이에서 2번 연속 져 20만 원을 잃었다.

A 씨는 "다시 윷을 놓으라"고 했지만 B 씨는 "이제 도박을 그만하겠다"며 컨테이너 밖으로 나갔다. A 씨는 B 씨의 멱살을 잡고 다시 컨테이너 안으로 데려와 휘발유를 들이부었다. 이어 라이터를 켜 몸에 불을 붙였다.

이를 지켜보던 주민들은 깜짝 놀라 B 씨의 몸에 붙은 불을 껐다. A 씨는 119에 신고를 하려는 한 주민을 만류하고 자신이 직접 병원으로 데려갔던 것.

병원에서도 A 씨의 이상한 행동은 이어졌다. 그는 보험회사에 "제 실수로 B 씨가 다쳤다"고 신고해 자신이 800만 원의 보험금을 수령했다.

A 씨는 이 사건이 있기 7개월 전 B 씨를 피보험자로, 자신을 보험수익자로 하는 2억 원대 생명 보험계약에 가입하고 매달 23만 원의 보험비를 내왔다.

경찰과 검찰은 보험 사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한 끝에 A 씨의 범행을 적발해냈다.

A 씨는 1심과 2심에서 모두 '고의 살인이 아닌 과실치사'를 주장했다. 겁을 주기 위해 기름을 뿌렸고 담배를 피우기 위래 라이터를 켰는데 불이 붙었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1심은 물론 2심 법원도 A 씨의 살인 혐의를 유죄로 판단, 징역 35년형을 선고했다.

검찰 수사과정에서 A 씨는 '사이코패스 성향이 동반된 반사회적 성격장애'를 가진 것으로 평가됐다.
그는 과거에도 주민을 흉기로 찔러 살인미수로 처벌받고, 경제적 여유가 있었음에도 불법으로 동물을 도축한 혐의로 처벌받기도 했다.

2심을 맡은 광주고법 제1형사부는 "피해자는 피고인을 신고하면 병원비를 직접 부담해야 할까 봐 가족들이나 수사기관에 범행을 알릴 수도 없었다"며 "피해자는 4개월이 넘는 기간 화상으로 인한 참혹한 고통 속에서 소중한 생명을 잃게 됐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살인 범행의 죄책이 매우 중함에도 피고인은 피해자의 유족들과 합의하거나 피해회복을 위한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도 않고 마치 과실로 피해자가 화상을 입은 것처럼 가장해 보험금을 취득하는 등 책임이 무겁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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