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포함 93개국, 이스라엘 수사하는 ICC 지지 성명 "외압 맞설 것"
2024.06.16 14:58
수정 : 2024.06.16 14:5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국제 범죄의 형사 처벌을 위해 탄생한 국제형사재판소(ICC) 회원국들이 외부의 압력에 대항해 재판소의 본분을 지켜야 한다는 공동 성명을 내놨다. 이는 최근 ICC가 이스라엘 총리에게 체포 영장을 청구한 이후, 미국이 ICC를 제재하려고 하자 이를 의식한 조치로 추정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ICC 전체 124개 회원국 가운데 93개 회원국은 14일(현지시간) 공동 성명을 냈다.
이들은 공동 성명에서 “로마 규정 서명국으로서 재판소의 당국자 및 직원들이 위협을 받지 않고 국제 공무원의 소명을 다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밝혔다. 이어 "법정과 관련 당국자, 협력자들을 겨냥한 모든 정치적 간섭과 압력에 맞서 (ICC의) 무결성을 보전할 것"이라면서 ICC를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성명은 벨기에와 칠레, 요르단, 세네갈, 슬로베니아가 초안을 발의했다고 알려졌으며 한국도 이번 성명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02년 창설된 ICC는 인종 학살, 전쟁 범죄, 반인도적인 범죄로 국제법을 어긴 개인인 등을 처벌하기 위해 만든 상설 재판소다. ICC는 기소 및 재판 권한이 있지만 이를 강제할 권한은 없다. 이들의 사법 관할은 2002년 로마 규정에 서명한 회원국으로 제한되며 미국과 이스라엘은 회원국이 아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현지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을 주시하던 ICC는 지난달 양쪽 모두에게 전쟁 범죄 혐의를 적용했다.
ICC의 카림 칸 검사장은 지난달 20일 ICC 재판부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을 포함해 이스라엘 인사 2명, 하마스 인사 3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이에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선공으로 전쟁이 시작되었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칸은 지난 3월 성명에서 ICC 검찰의 활동을 방해하고 부적절한 영향을 미치려는 정보기관의 활동과 '여러 형태의 위협'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가디언은 지난달 이스라엘 잡지사 '+972' 및 '로컬 콜'과의 공동 취재 결과 이스라엘이 자국을 겨냥한 ICC의 전쟁범죄 혐의 조사를 무산시키기 위해 2015년부터 여러 정보기관을 동원해 ICC 고위 관리들의 통신을 감청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ICC 영장 청구 직후 이스라엘과 하마스를 동일 선상에 두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만 지난달 28일 인터뷰에서 네타냐후의 전쟁 범죄 가능성에 “분명한 대답을 할 수 없으며 이스라엘 측에서 자체 조사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이스라엘군이 “부적절한 행동”에 연루되었다며 하마스 역시 가자지구의 민간인들을 겁박했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공화당은 민주당 바이든의 신중론에도 불구하고 이달 4일 ICC 주요 관계자에 대한 경제 제재, 미국 입국 비자 제한 등을 포함한 제재 법안을 가결했다.
ICC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범죄를 수사중이고 지난해 해킹 공격을 받기도 했다"며 "이번 성명이 이스라엘과 미국만 염두에 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ICC는 팔레스타인 수사 외에도 매우 강력한 인물 몇몇을 뒤쫓고 있다. 지금은 그들을 지키려는 당사국들에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가디언은 이번 성명에 독일과 프랑스, 영국 등 주요 서방국가들도 참여했다고 지적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