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고점 다가선 증시 테마주 바람… '빚투' 20조 넘었다

      2024.06.16 18:34   수정 : 2024.06.16 18:34기사원문

개인 투자자의 '빚투' 잔액이 올해 들어 처음으로 20조원을 돌파했다. 코스피지수가 연고점에 다가선 데다 테마·업종 간에 빠른 순환매가 나타난 영향으로 해석된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0조1216억원(13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한 달 전(19조4182억원) 대비 7034억원 증가했다.

20조원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해 9월 이후 9개월 만이다.
시장별로는 코스피 신용잔고가 10조9394억원으로 11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코스닥은 9조1821억원이다.

신용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주식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린 뒤 변제를 마치지 않은 금액이다. 지난주 코스피지수가 2750선을 탈환하면서 올해 연고점에 가까워지자 빚을 내 주식을 사려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빚투 자금은 테마주를 향하고 있다. 코스콤 체크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4일 기준 777억5200만원으로 이달 3일(87억6000만원) 대비 약 8배(787%) 늘었다. 이 기간 신용융자 잔고가 가장 많이 증가한 종목 1위다. 한국가스공사는 이달 초 동해 심해 석유·가스 탐사계획 발표 이후 '대왕고래' 테마주로 묶이며 주가가 73.8% 치솟았다.

수출 확대에 따른 실적 기대감으로 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는 음식료주도 빚투 열기가 거세지고 있다. 롯데웰푸드의 신용잔고는 이달 초(3일) 8억9500만원에서 14일 34억2800만원으로 보름 새 283% 늘었고, 해태제과식품은 3억500만원에서 11억1500만원으로 265% 급증했다. 크라운제과 신용잔고도 이달 들어 133% 증가했다.

최근 음식료업체 주가가 급등했지만 상승 여력이 남아있다는 증권가 분석이 투자심리에 불을 지폈다. 교보증권 권우정 연구원은 "최근 음식료업종의 밸류에이션(평가가치) 상승에도 현재 음식료업종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은 10배로 크게 부담스러운 구간은 아니다"며 "과거 주가 재평가 시기를 감안하면 추가 밸류에이션 상승 여력이 존재한다"고 짚었다.

일부 SK그룹주에도 빚투 수요가 몰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 판결 이후 주가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지난 6일 최 회장이 TSMC 회장을 만나 반도체 협력방안을 논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때문이다.
SK하이닉스의 최대주주 SK스퀘어 신용잔고는 이달 초 36억4400만원에서 14일 81억9500만원으로 124.9% 증가했다. SK 역시 같은 기간 신용잔고가 442억6300만원에서 728억4500만원으로 64.6% 확대됐다.


신한투자증권 강진혁 연구원은 "코스피·코스닥의 신용융자 잔고가 지난해 9월 수준을 지나 최고점(20조6000억원)에 근접하고 있다"며 "최근 동해 석유·가스 탐사, 재생에너지, 음식료, 화장품 등 테마·업종 간 빠른 순환매가 나타난 점이 신용융자의 가파른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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