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운 감도는 서울대병원...애타는 환자들 "하루 휴진이 1년 휴진 같아"

      2024.06.17 17:05   수정 : 2024.06.17 17:0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1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융합관 양윤선홀로 속속 교수들이 모습을 보였다. 이날 서울대병원 교수들은 전공의 사태 해결 등을 요구하며 집단 휴진에 돌입했다. 방재승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투쟁위원장은 "정부가 국민의 귀를 닫게 만들고 의견을 묵살했다"며 "의료 붕괴는 이미 시작됐고 우리는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강남센터 등 4개 병원이 집단휴진에 돌입했다. 교수들이 동시다발적 휴진에 나서진 않아 당장 큰 혼란은 없었다. 하지만 병원에 나온 환자들은 "의사들이 왜 우리 건강을 볼모로 싸우느냐"며 불만을 표출했다.

"하루 휴진이 1년처럼 느껴져"
비대위에 따르면 휴진에는 필수·응급 등을 제외한 진료과목에서 529명의 교수들이 참여한다. 전체 교수 중 응급·중환자 진료, 진료지원, 기초의학교실을 제외한 진료 담당 967명 가운데 참여 교수의 비율은 54.7%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참여 의사를 밝힌 모든 교수들이 이날 휴진 하지는 않아 혼란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환자들의 불안은 가시지 않았다.

검진을 받으러 오전 5시에 경북 포항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상경한 변모씨(75)는 "의사를 증원하면 문제가 생긴다면서 당장 지금 환자들에 대한 진료를 줄이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 "그나마 '전면 휴진'한다고 선언했지만, 진료를 없애지 않아 다행"이라고 전했다.

4년 전 심장박동기를 이식받아 3달에 1번씩 심전도검사를 받으러 서울대병원을 찾는다는 한모씨(73세)는 ""의사들이야 하루 휴진하는 것이 별 탈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환자로서는 하루 휴진이 1년 휴진하는 것처럼 멀고 무섭게 여겨진다"고 토로했다.

이날 한국환자단체연합회(환단연)도 입장문을 내고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이 집단 휴진으로 다시 고통과 피해를 받고 있다"며 "환자들이 정부를 압박하는 도구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대병원 노조도 집단 휴진을 비판했다.

서울대병원 노조가 소속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의료연대)는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휴진을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날도 조합원들은 서울대병원 앞에서 "국민의 요구 의사증원 인정하라", "집단휴진 철회 공공의료 요구하라", "환자 생명 위협 긴급대책 마련하라" 등의 피켓을 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병원 내부에는 집단휴진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서가 붙이기도 했다.

"의사 행동을 개인 일탈로만 취급"
서울대병원 의사들은 현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대해 여전히 수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무리한 정원 확대로 의료 서비스의 질이 낮아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날 비대위는 휴진의 이유와 철회 조건을 밝히는 행사를 진행했다. 비대위는 휴진 철회의 조건으로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을 완전히 취소할 것 △'상시적 의정협의체'를 만들 것 △2025년 의대 정원 재조정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비대위는 출범 때부터 중재안과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려 해왔고 물밑 접촉도 수 없이 해오면서 대안을 제시하려 노력해왔다"면서 "하지만 6월이 지나도록 상황이 해결되지 않았고, 전공의들이 면허 정지 당할 위험에 처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고 밝혔다.

그는 "대한민국 최고 의료 교육기관 교수로서 근거 없는 정책이 강행되는 것을 온몸으로 저항한다”면서 “현장을 모르는 정책결정권자가 우리나라 의료를 망치는 것을 두고 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재일 서울대병원 전공의 대표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왜곡되지 않은, 기울어지지 않은 의료 현장에서 일하며 국민에게 더 나은 의료 혜택을 드리는 것인데 열악한 환경을 버티지 못하고 떠난 의사들의 행동이 개인적 일탈로만 취급받고 있다”고 말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강명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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