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4대1 뚫고 관람" 월클 임윤찬, 부천아트센터 강타
2024.06.18 10:12
수정 : 2024.06.18 10:1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마치 고대 원형 경기장처럼 객석이 무대를 빙 둘러싼 부천아트센터에 '내성적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얌전하게 걸어 들어왔다. 그는 무대 앞뒤에 있는 청중을 향해 몸을 돌려 여러 차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오로지 피아노와 임윤찬에게만 쏟아진 한줄기 조명과 숨소리조차 내지 않은 청중 덕에 순간 임윤찬만이 세상에 존재하는 듯한, 신화적 느낌이 났고, 그렇게 멘델스존의 '무언가'(Op. 19-1, 85-4)가 섬세하게 울려 퍼지며 '월클'의 연주가 시작됐다.
임윤찬은 귀에 익숙한 곡조차도 그만의 속도와 감성으로 연주하며 신선함을 안겼고 낯선 곡은 자신만의 드라마를 만들어내며 청중을 쥐락펴락, 단편영화 수십편을 본듯한 다양한 감정을 선사했다. 때로는 형언할 수 없는 아련함이 객석을 감쌌고, 때로는 폭풍처럼 쏟아지는 선명한 음들의 폭격에 카타르시스가 느껴졌다.
지난 17일, 부천아트센터(대표이사 태승진) 개관 1주년 기념공연 '임윤찬 피아노 리사이틀'이 성황리에 마침표를 찍었다.
‘음향의 전당’으로 손꼽히는 부천아트센터에서 피아노 임윤찬의 리사이틀이 열렸다. 월요일에도 불구하고, 임윤찬의 공연이 열리는 부천아트센터는 그야말로 축제 현장을 방불케했다. 공연 3시간전부터 현장 티켓을 구하려는 팬들과 데카(Decca) 레이블로 발매된 그의 '쇼팽 : 에튀드' 음반을 구매하고자 하는 팬들로 북적였다.
인터미션을 제외하고 총100분! 피켓팅을 뚫고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일제히 숨죽이며 임윤찬과 함께 호흡하고 함께 연주했다. 1부에서는 멘델스존의 '무언가'(Op. 19-1, 85-4)가 울려 퍼졌다. ‘달콤한 추억’과 ‘비가’라 불리 우는 두 곡이 섬세한 터치로 관객들의 심연을 터치했다. 이어 차이콥스키의 '사계'를 통해 1월 ‘난롯가에서’부터 12월 ‘크리스마스 주간’까지 1년 열두 달의 풍광을 임윤찬의 해석으로 선물했다.
2부에서는 특별히 이번 투어를 통해 처음 선보인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이 연주됐다. 피아니스트 호로비츠가 편곡한 버전으로 첫번 째곡 ‘난쟁이’에서부터 마지막 곡 ‘키예프의 대문’등 임윤찬의 모든 것이 응집돼 쏟아졌다. 그의 손이 건반에서 떨어지자마자 객석은 기립박수로 일제히 환호했고, 임윤찬을 연이어 무대 위로 초청했다. 임윤찬은 화답하듯 총 2개의 앙코르곡, 차이콥스키의 '서정적인 순간(Moment lyrique)'과 리스트의 '사랑의 꿈'을 연주하며 한 음 한 음 심장을 강타하는 마법같은 연주를 마무리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부천시민을 위해 특별 초청 이벤트를 진행하여 7410명이 지원한 가운데 494대 1의 경쟁률을 뚫은 총 15명(1인 2매 제공)이 영광의 순간에 함께 하게 됐다. 당첨된 한 부천시민은 “임윤찬 피아니스트의 공연을 직관할 수 있는 영광의 순간에 함께하게 돼 행복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부천아트센터는 임윤찬 피아노 리사이틀에 이어 그의 스승 손민수의 베토벤 피아노 콘체르토 전곡 시리즈를 7월 13일과 14일 이틀에 걸쳐 선보이며 세계적인 아티스트를 필두로 한 하반기 라인업을 7월 중 공개할 예정이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