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성 EU 집행위원장, 연임할 듯...혼란한 정세에 안정 필요
2024.06.18 11:24
수정 : 2024.06.18 11:2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러시아와 미국 대선 위험, 중국과 갈등 등 여러 혼란을 겪고 있는 유럽연합(EU) 정상들이 차기 EU 집행위원장으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현 위원장을 연임 시킬 것으로 보인다. 정상들은 폰데어라이엔의 국정 운영을 칭찬하면서 혼란한 시대를 맞아 안정 및 연속성에 집중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 27개국 정상들은 17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비공개 만찬을 열었다.
EU의 입법부 역할을 하는 유럽의회는 이달 6~9일에 제 10대 의원을 선출하는 총선을 치렀다. 회원국 정상들로 구성된 EU 이사회는 유럽의회가 새 회기를 시작하면서 EU 행정부 역할을 하는 집행위원회 인사를 진행해야 한다. 다만 EU 정상들은 사전 협의에 따라 유럽의회에서 1당을 차지한 정치 단체의 대표를 우선 검토할 계획이다.
이후 EU 정상들은 이달 27~28일로 예정된 공식 정상회의에서 위원장 임명과 관련한 최종 합의를 진행한다. 유럽의회는 다음 달 셋째 주에 위원장 임명안을 표결에 부쳐 과반의 찬성으로 위원장을 확정한다.
지난 2019년에 EU의 첫 여성 집행위원장에 오른 폰데어라이엔은 올해 총선에서 중도 우파 성향인 유럽국민당(EPP)의 집행위원장 후보로 지명되었다. EPP는 총선 결과 제 1당 자리를 유지했다. 회의 관계자는 17일 모인 정상들이 차기 위원장과 관련해 폰 데어 라이엔의 연임을 언급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차기 정상회의 상임의장에는 안토니우 코스타 전 포르투갈 총리가 거론됐다. 다음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로는 카야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가 유력하다. 관계자는 17일 회의에서 폰데어라이엔이나 코스타, 칼라스의 지명을 막으려는 시도가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미 정치 매체 폴리티코는 17일 모인 정상들이 주요 직책 후보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으나 정상회의 상임의장 임기 등을 두고 갈등을 빚었다고 보도했다. EU 관계자는 EPP가 상임의장 임기를 5년에서 2년 반씩 2회로 나누고 그 중 1회를 EPP 후보에게 달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이에 코스타가 속한 사회민주진보동맹(S&D)에서 강력 반발했다. 좌파 및 중도 진영을 대표하는 S&D는 이달 총선에서 EPP에 이어 유럽의회 제 2당을 차지했다.
FT는 세부적인 이견에도 불구하고 폰데어라이엔이 5년 임기의 위원장을 연임한다고 예상했다. 매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과 EU의 긴장 관계,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 및 미국과 EU의 관계 냉각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어 EU 정상들이 혼란한 시기에 정부의 연속성에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폰 데어 라이엔 역시 유럽의회 총선 선거 운동 과정에서 국내외 불확실성을 강조하며 자신이 연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U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는 17일 만찬에 앞서 폰 데어 라이엔의 연임에 대해 “합리적인 해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으며 집행위원장을 빨리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네덜란드의 마르크 뤼터 총리도 폰 데어 라이엔이 코로나19 대응 및 우크라 사태와 관련해 "굉장히 일을 잘했다"며 칭찬했다.
현지 매체들은 앞서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경우 폰데어라이엔에 반대했으나 갑작스런 프랑스 조기 총선 결정 이후 안정적인 EU를 선호한다고 분석했다. 극우 성향의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역시 "EPP가 위원장을 제안한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고 언급하며 폰 데어 라이엔에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