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중국 소통·러시아 고삐’ 결말은..북한 고립? 북중러 연대?

      2024.06.19 06:00   수정 : 2024.06.19 06: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년 만에 북한을 국빈방문 한 18일, 윤석열 정부는 서울에서 중국 대표단을 맞아 9년 만에 한중 외교안보대화를 개최했다. 우리 정부는 러시아에는 북러 군사협력의 ‘레드라인’을 넘지 말라 경고하는 한편, 대북 영향력이 큰 중국과 소통을 늘려 견제구를 던졌다. 이는 북한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려는 목적이지만, 도리어 북중러 연대를 가속화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尹정부 '북러협력 분석·한중관계 과시'하며 北고립 유도

푸틴 대통령은 18일 저녁 평양에 도착해 19일까지 머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진다. 북러 당국은 이미 18일부터 주요 협력 사안들을 미리 예고했다.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격상과 대북제재 완화를 위한 공동노력, 경제협력 등이다.

주목되는 건 푸틴 대통령 동행자 중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국방장관과 유리 보리소프 로스코스모스(연방우주공사) 사장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북한에 군사정찰위성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이전이 논의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라서다.


이를 두고 정부는 앞서 러시아에 ‘선을 넘지 말라’ 경고를 했던 만큼, 이날에도 거듭 우려를 표명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정례브리핑에서 “북러 협력이 유엔(UN·국제연합)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거나 역내 평화와 안정을 저해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선 안 된다. 러시아 측에도 이런 입장을 분명히 전달해왔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북러가 예고한 구체적 협력 사안에 대해서도 주시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푸틴 대통령이 지난 2000년 방북했을 때와 달리 연방우주공사 사장 등이 동행자가 여러 분야로 확대됐다”며 “지난해 9월도 북러정상회담도 보스토치니 우주비행장에서 열렸던 만큼 (이후 감행된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따른) 후속협력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러가 맺을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실질적인 의미에 대해서도 분석이 이뤄지고 있다. 러시아는 중국과 인도처럼 협력 폭이 큰 우방국들과 각기 ‘신시대 전면적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와 ‘특별하고 특권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등 과시적인 수사가 여럿 붙은 명칭의 관계를 맺었다. 반면 북한과 맺는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는 남아프리카공화국·몽골·베트남·아르헨티나·우즈베키스탄 등 비교적 규모가 작은 국가들이 대상이다.

일각에선 우리나라는 러시아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일견 북한보다 낮은 단계의 관계라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외교부에선 미국의 우방국들 중 러시아와의 관계가 우리나라보다 높은 국가는 없다는 점, 한러 교역규모가 150억달러로 30만달러도 되지 않는 북러보다 530배 크다는 점을 들어 뒤처졌다고 볼 수 없다는 인식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사회의 러시아 견제로 공개적인 교류는 적지만,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한러 소통은 충분히 원활하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러시아 반대로 안보리의 대북·대러 제재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여러 국가들이 독자적으로 대북·대러 제재를 하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로선 우리나라와 척을 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자신감이다.

정부는 푸틴 대통령 방북과 같은 날 한중 외교안보대화를 개최함으로써 북러에 견제구도 날렸다. 우리 측 김홍균 외교부 1차관과 중국 측 쑨웨이둥 외교부 부부장이 수석대표로 나선 차관급 협의이다. 중국이 러시아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북한의 최우방국이라는 점에서, 한중 소통 자체가 북한으로선 불편할 수밖에 없다.

특히나 푸틴 대통령 방북과 같은 시기 한중 외교안보대화가 열리는 터라 북한은 더욱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한중 외교안보대화는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중국 총리 양자회담 때 합의 이후 일찌감치 개최 시기가 정해진 터라 푸틴 대통령 방북을 고려하진 않았다. 다만 푸틴 대통령 방북 예정에도 중국이 시기 변경을 요청하지 않은 건, 그만큼 한중이 공통된 의지가 있다는 방증이라는 설명이다.

중러 전망 갈려.."韓경제협력 위해 변할 것" vs "美 맞서려 북핵 이용할 것"

이 같은 대러 경고와 대중 소통은 궁극적으로는 북한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중러 모두 결국에는 경제력이 절실한 상황이라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와 손을 잡을 수밖에 없다는 인식에서다. 북한은 경제력은 미약한 데다 보유한 핵무기의 경우 지나치게 고도화되는 건 중러도 원하지 않고 있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학과 교수는 “중러는 북한의 우방국으로 대북제재를 반대하고 핵·미사일 자위적 성격을 인정하고 있지만, 북핵이 지나치게 고도화되는 건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며 “그런 가운데 우리나라가 경제적인 측면에서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소통을 하면 북한에 대한 실질적인 입장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히려 북중러 연대를 키우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북러 밀착이 심화되고 한중 협력이 의견차만 보인다면, 중러가 북한의 뒷배가 되는 구도를 깨기 어렵다는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미국과 중러의 패권경쟁에 휩쓸리면 우리 정부의 의도대로 흘러가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국과 중러가 평화롭지 않고 군비경쟁 조짐마저 보이는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북한이 탄도미사일은 물론 7차 핵실험까지 수위 높은 도발을 하더라도 중러는 ‘미국의 위협에 대한 자위’이라며 옹호해 미국 비판에 이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한중 외교안보대화는 업무만찬까지 이어가며 마라톤 협의를 했지만, 결국 북러 군사협력에 대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우리 측은 '불법적 군사협력'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규탄했지만, 중국 측은 "러북 간 교류가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했다.

앞서 중국은 외교부와 관영매체를 통해 북러 교류에 대해 환영 입장을 낸 바 있다. 때문에 고위급 협의 한 차례만으로 우리 측과 같은 수준의 우려를 공유하는 건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외교안보대화 정례화를 비롯해 고위급 소통을 확대키로 한 만큼, 향후 한중관계 발전에 따라 북한을 견제할 강력한 수단이 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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