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와 할머니 함께 공부하는 곳… 학습 격차 줄이기 힘써"
2024.06.18 18:30
수정 : 2024.06.18 18:30기사원문
이동진 건양사이버대학교 총장은 최근 파이낸셜뉴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사이버대학의 특징을 언급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장의 교육 철학은 '균형'이다. 사이버대학은 학생들의 연령대가 다양한 만큼 누구 하나 소외되지 않도록 균형 잡힌 강의를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수들이 강의를 진행하거나 과제를 부여할 때도 이점을 염두에 둘 것을 주문한다. 특히 중장년층 학습자가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상담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것을 강조한다.
전국 4년제 사이버대학 가운데 건양사이버대의 중도탈락율(7.73%)이 가장 낮은 것은 이러한 노력이 결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 총장은 "학생들이 강의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총장의 역할"이라며 "최대한 많은 학생들을 알차게 가르쳐 취업까지 연결해 주는 게 건양사이버대의 목표"라고 말했다.
■"중장년층 적응 도와 학습 격차 최소화"
이 총장은 일반대학인 건양대에서 10년 넘게 재직하며 비서실장, 홍보처장, 대외협력부총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22년 10월 건양사이버대 총장으로 취임한 그가 사이버대학에 처음 발 디디며 느낀 것은 '학습 격차'였다. 일반대학 학생들이 비슷한 나이대로 구성되는 것과 달리 사이버대 학생들은 연령대가 다양해 학습 수준도 제각각이었던 것이다.
이 총장은 학습에 어려움을 느끼는 중장년 학생의 적응을 도와 격차를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그는 "학생들이 입학하면 2주간의 집중 오리엔테이션을 실시하고 수준을 분석한다"며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이 있다면 강의에 접속하는 방법부터 시작해 학습 전반을 꼼꼼히 가르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강의를 진행할 때는 어느 수준에 초점을 맞출 것인가가 중요하다"라며 "상대적 하위층의 학습 수준을 끌어올려 강의의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학습에 열의가 있는 학생들에겐 강력한 동기부여를 제공한다. 4년제 사이버대학 최초로 다학점 이수과정을 도입해 1년이나 한 학기를 조기 졸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학점이 우수한 학생은 한 학기에 27학점까지 이수할 수 있고, 계절학기는 9학점까지 신청할 수 있다. 취업 전선에 빨리 뛰어들고 싶어 하는 학생들의 니즈를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이 총장은 "신입생들의 의견을 청취해 보면 학사학위를 빠르게 취득하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이에 교육 혁신을 추진했고 상위 법령과 규정을 검토해 조기졸업제를 도입하게 됐다. 현재까지 학생들의 만족도는 굉장히 좋다"고 전했다.
조기 졸업제로 학생들의 학업 수준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엄격한 평가를 통해 교육의 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관리한다"며 "학생들도 동기부여가 되다 보니 학업에 집중하게 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학생들은 취업이라는 분명한 목표를 갖고 있고 학교는 때로 실용적인 측면을 바라봐야 한다"며 "교육 수요자의 요구에 부응하고 취업을 돕는 것도 좋은 대학의 덕목 아니겠나"라고 되물었다.
■"원대협법 추진에 최대한 힘 보탤 것"
이 총장은 전국 사이버대의 협의체인 한국원격대학교육협의회에 법적 지위를 부여하기 위해 발족한 '한국원격대학교육협의회법(원대협법) 추진위원회'에 합류해 활동 중이다. 사이버대학 관계자들은 지난 2010년부터 원대협법 입법 시도를 추진해 왔으나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원대협법 통과는 사이버대학이 14년 넘게 고대해 온 숙원사업이다.
이 총장은 교육계에 몸담기 전 국회 입법보좌관으로 15년간 근무한 경력을 갖고 있다. 당시 쌓은 경험과 인맥은 원대협법 추진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총장은 "사이버대학은 정부의 제대로 된 지원도 받지 못한 채 너무 오랜 기간 동안 방치돼 왔다"며 "원대협법 추진에 힘을 보태기 위해 갖고 있는 인적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평생교육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는 시대 아닌가"라고 되물으며 "적절한 지원만 이뤄진다면 사이버대학이 우리 사회에서 커나갈 수 있는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이번에야말로 원대협법을 통과시켜 사이버대학의 새로운 모맨텀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