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AI법, 지재권 보호 정책 고민 뒤따라야"

      2024.06.18 18:52   수정 : 2024.06.18 18:52기사원문
"인공지능(AI)을 개발하되, 또 다른 쪽에서는 지식재산권을 존중하고 경제적 가치를 보호할 방안을 마련하는 고민이 필요하다."

길렌 키젤 르 코스케르 프랑스변리사회 회장은 18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파이낸셜뉴스와 특허청이 공동주최한 제14회 국제지식재산보호컨퍼런스에서 최근 통과된 유럽연합(EU)의 AI법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같이 제언했다. 르 코스케르 회장은 최근 승인된 EU의 AI법이 "보안과 혁신 사이의 완벽한 균형을 이뤘다"면서도 "지재권이나 경제적 가치에 대한 언급은 없고 AI의 리스크만 다루고 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AI 활용 위험도를 크게 네 단계로 나눠 차등 규제하는 EU의 AI법을 두고 빅테크들은 비상이 걸렸다. AI법에 따르면 △의료 △교육 △선거 △핵심인프라 △자율주행 등에 사용되는 AI는 가장 높은 고위험 등급으로 분류된다.
이 분야에서 AI를 사용하기 위해선 반드시 사람이 감독하고 위험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일부 AI 기술 활용은 원천 금지된다. △인종 △종교 △성적 취향과 같은 특정 범주에 따라 사람을 분류하기 위해 생체 인식 데이터를 사용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테러, 납치 등 중범죄를 제외하고는 프로파일링을 기반으로 한 치안 업무에 AI를 사용하는 것도 금지된다.

르 코스케르 회장은 AI법을 비롯한 EU의 특허 관련 법률 프레임워크(틀)가 현재 지식재산권에 적합하게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르 코스케르 회장은 특허 신청자에게 '진보성' 입증 의무 부과가 EU 특허법의 모호성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EU 특허법에서 규정하는 진보성은 발명에 기술적 기여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된다.

르 코스케르 회장은 "인간의 두뇌에서 영감을 얻은 방식으로 데이터를 처리하도록 컴퓨터를 가르치는 AI 기술인 신경망 모델이 EU에선 특허 대상이 아니지만 미국에선 대상"이라면서 "EU는 신경망을 추상적인 수학적 개념으로 보고 기술적 기여와 무관하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유럽 특허청은 과거 특허의 영역으로 판단되지 않은 암호화폐 등 기술적인 특성을 인정하면서 판례가 변화하고 있다"면서 "기술적 기여에 대한 판단기준이나 유럽 특허청이 비기여적이라고 판단했을 때 해결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AI 창작에 대한 발명자 지위 부여와 관련해 유럽 특허법상 발명자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르 코스케르 회장은 강조했다. 르 코스케르 회장은 "미국의 경우 발명가성을 '이행(Implementation)'이란 기준으로 판단한다"면서 "현행 유럽 특허법상 발명가성은 자연인에게만 부여되고 있고 AI가 출원한 특허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디까지가 발명자인지를 구분할 수 있는 기준 설정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특히 르 코스케르 회장은 현재 AI 관련 규제와 지식재산권에 대해 다시 한번 논의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평하게 발명가들에게 보상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면서 "19세기 현대 지식재산권 관련 법률의 토대가 된 '공업소유권 보호를 위한 파리협약' 위에 AI 등 현대 과학기술을 접목시켜 AI 관련 규제와 지식재산권이 발전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별취재팀 조은효 팀장 김동호 박소연 최종근 장민권 김준석 권준호 홍요은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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