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만에 北 찾은 러시아 푸틴, 포괄적 협력 관계 구축

      2024.06.19 16:33   수정 : 2024.06.19 16:3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24년 만에 북한을 방문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북한과 관계 격상 및 경제·군사 협력, 독립적인 결제 체계 도입 등 포괄적 협력과 관련된 다양한 세부 사항을 논의했다. 미국은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하게 놔두지 않겠다며 양국의 밀착에 걱정을 드러냈다.

푸틴 "北 지지에 감사...새 관계 구축"

러시아 매체 스푸트니크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러시아 동부 아무르주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났던 푸틴은 19일 오전 2시 46분 평양 순안국제공항에 착륙했다.

그는 같은날 12시 15분에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환영식에 참석했다. 푸틴은 김정은과 함께 의장대를 사열한 뒤 금수산 영빈관에서 90분 동안 각료들을 포함한 비공개 확대 회담을 열고 이후 단독 정상 회담을 진행했다.

푸틴은 회담 전 모두 발언에서 "우크라이나 정책을 포함해 러시아 정책에 대한 북한의 일관되고 흔들리지 않는 지지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지난 9월 회담에서 우크라 침공으로 탄약과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는 러시아를 돕는 대가로 위성 기술 등 각종 첨단 기술 지원을 받았다고 알려졌다.

푸틴은 "러시아는 수십 년간 미국과 그 위성국들의 패권 및 제국주의 정책에 맞서 싸우고 있다"며 북한과 러시아의 "상호 작용은 평등의 원칙과 호혜에 대한 상호 존중을 기반으로 한다"고 주장했다.
푸틴은 지난해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 덕분에 "오늘날 양국 관계 구축에 있어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다"며 "오늘, 장기적으로 양국 관계의 기초가 될 새로운 기본 문서가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푸틴은 이미 평양에 도착하기 전에 북한과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 초안을 승인했다. 그는 아울러 차기 정상회담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정은은 모두 발언에서 "앞으로 어떤 복잡다난한 국제정세 속에서도 러시아 지도부와 전략적 소통을 더욱 강화하고 긴밀히 하면서 러시아의 모든 정책들을 변함없이 무조건적으로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양국 관계가 "사상 최고 전성기에 들어서고 있는 시점"이라며 푸틴의 방북이"세계 평화와 안전을 위해서 가장 의의 있는 전략적인 행보"라고 평가했다. 김정은은 러시아가 세계의 전략적 안정과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중요한 사명과 역할을 맡고 있다며 "자기 주권과 안전이익 등을 수호하기 위해 우크라에서 특수군사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러시아 정부와 군대와 인민의 투쟁에 전적인 지지와 굳은 연대성을 표시한다"고 강조했다.


전방위 협력 예고, 실효성 의문

푸틴은 방문 전날 북한 노동신문에 보낸 기고문에서 "서방의 통제를 받지 않는 무역 및 상호 결제체계를 발전시키고 일방적인 비합법적 제한조치들을 공동으로 반대해 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는 서방의 금융 제재를 받는 러시아와 북한이 독립적인 무역 및 결제 체재를 갖춰야 한다는 의미로 추정된다.

앞서 러시아의 알렉산드로 마체고라 북한 주재 대사는 지난달 스푸트니크와 인터뷰에서 양국이 러시아 루블을 바탕으로 결제 시스템 구축을 논의중이라고 밝혔다. 양측은 이미 2010년에 루블을 통한 무역 결제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과거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법률 자문으로 활동했던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미국의소리(VOA)방송을 통해 루블 결제가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유엔 제재에도 위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두 정상이 정치적인 이유로 루블 결제를 다시 꺼냈다고 분석했다. 그는 루블 결제체계를 지원하는 외국 은행이 미국의 제재를 받는다면 루블 결제체계 역시 유지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푸틴은 결제체계 외에도 유라시아 대륙에서 북한과 평등하고 불가분리적인 안전구조를 건설하고, 인도주의적인 협조와 발전을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북·러 고등교육 기관 사이에 과학 교류 활성화를 비롯하여 양국 관광·문화·교육·청년·체육 교류 활성화 계획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19일 확대 회담에서는 양국 정상 외에도 북한의 김덕훈 내각 총리, 최선희 외무상,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등 외교 및 군사 부문 북한 고위 관리 6명이 동석했다. 러시아 측에서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포함하여 유리 보리소프 연방우주공사 사장, 올레그 벨로제로프 철도공사 사장 등 외교, 군사, 에너지, 교통, 철도, 우주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대표자 13명이 함께 자리를 채웠다. 이는 러시아가 북한에게 탄약 및 노동력 공급 대가로 다양한 보상을 제공한다는 뜻으로 추정된다.


美, 양국 밀착에 긴장

미 백악관의 카린 장 피에르 대변인은 18일(현지시간) 푸틴의 방북에 대해 계속 "지켜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어떤 나라도 푸틴의 침략 전쟁을 돕는 플랫폼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의 대(對)러시아 무기 제공이 러시아가 우크라를 상대로 잔인하게 전쟁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비판했다.

장 피에르는 푸틴이 지난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 이후 공동성명에서 "정치·외교 수단이 한반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출구임을 거듭 밝힌다"라고 언급한 점을 지적했다. 장 피에르는 "우리는 푸틴이 김정은과 대화할 때 이 메시지를 전달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같은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수도 워싱턴DC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란과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하는 지원을 차단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러시아가 침략 전쟁을 계속하기 위해 필요한 것을 제공할 수 있는 국가들과 필사적으로 관계를 발전시키고 강화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봤다"고 주장했다. 블링컨은 "북한은 러시아가 우크라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당량의 탄약과 그외 무기들을 러시아에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9일 보도에서 북한이 "러시아의 무기공장"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는 푸틴의 방북 배경에 군사 협력이 있다며 러시아가 자체 공장을 모두 동원하더라도 전쟁이 길어지면 북한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북한 역시 러시아에게 보상을 원한다며 첨단 무기나 한·미·일에 대항하는 군사 지원을 바랄 수 있다고 내다봤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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