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 숨겼다가 들통난 이노그리드... 거래소, 출범 최초 상장 승인 '취소'
2024.06.19 16:34
수정 : 2024.06.19 16:3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한국거래소가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기업의 승인을 취소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상장 심사에 중대한 영향을 줄 중요 사항을 누락시킨 것이 원인이다. 거래소는 심사신청서의 거짓 기재 또는 중요사항 누락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 재발을 방지하겠다는 방침이다.
거래소, 사상 최초로 예비승인 취소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시장위원회는 시장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내달 코스닥 상장을 앞둔 이노그리드의 상장예비심사 승인 결과의 효력을 불인정하기로 결정했다. 한국거래소가 예비심사승인 결정의 효력을 불인정한 것은 지난 1996년 코스닥 개장 이후 처음이다.
이노그리드는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으로 올해 1월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고, 3월 상장 예정이었다. 하지만 증권신고서를 7차례나 정정하면서 기업공개(IPO) 일정이 계속 밀렸다.
거래소가 상장 승인을 무효화 한 것은 이노그리드가 상장 심사 신청서에 과거 최대주주였던 법인과 현재 최대 주주 사이의 주식 양수도 및 금융회사의 압류결정 등 분쟁 가능성을 기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코스닥 상장 규정에 따르면 '상장예비심사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심사신청서의 거짓 기재 또는 중요사항 누락'이 확인될 경우 예비 심사 승인 효력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지난 5월 초에 분쟁이 됐던 최대주주가 내용증명 통보서를 보내왔고, 거래소와 금감원에 비슷한 시기에 분쟁이 있다는 사실이 접수됐다"며 "당시 증권신고서가 수리되는 절차 중이라서 추이를 지켜보다 6차 정정 신고서에서 해당 내용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제2의 이노그리드 사태'를 막기 위해 재발 방지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현재 1년으로 정해진 상장예비심사 신청 제한 기간을 3~5년으로 연장하고 상장예비심사 신청서 서식을 개정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기업들이 중요 내용을 기재하지 않을 때 불이익에 대해 가볍게 생각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판단해 관련 내용을 명시하고자 한다"며 "구체적인 적용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상장 심사 깐깐해질 것... 주관사 책임도 강화해야
힌편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로 인해 향후 IPO 기업들의 상장 심사가 더욱 깐깐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 IPO 업계 관계자는 “그간 여러 IPO 기업들을 봐왔지만 이런 사태는 처음이며, 당황스럽다”며 “거래소가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겠다고 입장을 밝힌 만큼 기업들의 서류에 대한 부분이 더 깐깐해질 수밖에 없다. 이에 기업들이 예상하던 일정보다 상장 시기가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과거 파두 사태처럼 IPO 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방원석 팀장은 “예비심사 승인을 취소하는 건 처음 보는 사태”라며 “과거 파두 사태 이야기가 다시 시장에서 언급될 수 있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공모주에 대한 투자 심리를 약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바탕으로 거래소의 상장 요건과 상장 주관사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이효섭 연구위원은 “지난 파두 사태와 이노그리드의 예비심사 승인 결과 불인정 사례를 고려할 때 거래소는 상장 요건에 대한 강화가 필요하다”며 “일본도 지난 2022년부터 상장, 상장 유지, 상장 폐지 요건 등을 강화한 바가 있다. 주관사 역시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hippo@fnnews.com 김찬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