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필로 "H지수 40% 떨어지면 5천만원 손실"...ELS 재발방지책 '투자자 책임원칙' 강조된다
2024.06.20 05:59
수정 : 2024.06.20 05:5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금융투자상품 가입자가 직접 기초자산 변화에 따른 예상손실금액을 써보고 '투자 위험성'을 인식하도록 하는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사태 재발방지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금융사가 시나리오별 예상손실금액을 시각물로 알기 쉽게 설명하도록 유도함과 동시에 투자자 책임원칙을 강조하는 방안이다. 금융사의 판매 과정에 문제가 없었을 경우 투자자가 본인 투자에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하는 관행을 세우기 위해 이같은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H지수 ELS 손실사태 재발방지를 위한 태스크포스팀(TFT)에서는 고위험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금융사의 판매 관행 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투자 관행까지 개선하는 방향으로 제도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우선 은행 등 판매사가 소비자들에게 H지수 등락에 따른 원금손실 예상금액을 그래프 등을 통해 보여줘서 투자 위험성을 확실히 알리는 것이 한 축이다. 다른 한 축은 소비자가 고위험 투자상품에 가입할 때 직접 예상손실금액을 써보고 원금 중 얼마를 잃을 수 있는지 재확인하는 것이다.
예컨대 한 소비자가 낙인(knock-in) 구조 H지수 ELS 상품에 1억원을 투자하는 경우 "H지수가 현재보다 40% 떨어지면 최대 5000만원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직접 적어보는 식이다. 이런 절차를 의무화하면 소비자가 원금손실 가능성과 예상금액을 직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
TFT 관계자는 "투자자 자기책임원칙 또한 재발방지책에 반영하자는 업계의 의견이 많다"라며 "금융사가 완전판매를 했다는 전제로 투자자들이 본인 투자에 책임을 지는 관행이 자리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은행권에서는 판매 관행을 개선함과 동시에 이번과 같은 '자율배상' 형식의 보상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보고 있다. 원금손실 가능성이 100%인 주식투자 등 다른 고위험 투자와 비교했을 때 ELS 상품에만 자율배상을 하는 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손실을 본 투자자 수가 많고, 은행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일 때마다 자율배상을 하는 건 기준과 원칙이 없다는 문제점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투자자 책임원칙이 너무 중요하다. 본인이 상품 설명서와 약관을 읽고 서명을 한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 기본 인식이 돼야 한다"라며 "판매사가 설명의무를 다하고 다양한 선택권을 보장해줬을 때 투자자도 본인이 가입·투자한 데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안에서도 재발방지책을 마련할 때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을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재 TFT 논의가 진행 중인 데다 이해관계별로 의견이 제각각이라 최종안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프라이빗뱅커(PB) 채널로 고위험상품 판매를 제한하는 방안, 특정금액 이상의 금융자산을 가진 소비자만 고위험상품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현금 대신 실물 상환을 활성화해 대규모 손실을 줄이는 방안 등 다양한 안(案)이 백가쟁명식 논의를 거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주요 판매 채널이었던 은행, 상품을 설계했던 증권사와 고객들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자율배상이 진행 중인 상황과 해외 사례 또한 살펴봐야 한다"면서 "늦지 않게 공식적인 자리를 통해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하려고 준비 중인데, 의견을 모으는 데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