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유쾌한 반란' 혁신, 대한민국 체질을 바꾼다"

      2024.06.20 18:50   수정 : 2024.06.20 18:5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수원=장충식 기자】 김동연은 정치와 경제 분야 기득권을 깨는 유쾌한 반란을 매일 꿈꾼다. 대한민국 '혁신'을 이야기할 때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대한민국 역사에 혁신이라는 비전을 가장 먼저 제시한 시작점이 바로 김 지사라고 볼 수도 있다.

거창하거나 과장된 비유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실제 김 지사는 20년 전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대한민국 최초 중장기 국가발전 전략인 '비전2030'을 통해 대한민국 전반에 대한 '혁신'을 제시한 바 있다. 또 경제부총리 시절에는 '혁신성장'을 최초로 언급하고 적극 추진하기도 했다.
지금이야 혁신이라는 말이 보편화됐지만, 김 지사는 어느 누구보다 앞서 혁신의 중요성을 인식했던 셈이다. 그런 그가 추구하는 정치인으로서의 미래는 시장경제를 잘 이해하는 '경제에 유능한 진보'로 평가받는 것이다. 그가 이야기하는 '기득권을 깨는 반란'은 김 지사가 정치 초반부터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유쾌한 반란'과 맥을 같이한다. '유쾌한 반란을 통해 대한민국을 혁신하는 것', 어쩌면 그가 정치적으로 바라는 미래는 그런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 "밥 한끼 사주고 싶다"며 도민들 지지

지난 19일 '혁신'이라는 주제로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에 나선 김 지사는 우리 사회에 필요한 혁신에서부터 일상생활로 스며든 인공지능(AI)으로 인한 혁신, 대한민국을 혁신할 경제3법 등 다양한 분야의 혁신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그런 그의 답변 속에는 오래 고민하고 계획하고 또 수정을 거듭한 흔적들이 담겼다. 평상시 쓰는 문장도 일고여덟번은 고쳐쓰기 해야만 하는 김 지사의 성격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듯, 긴 시간 '혁신'에 대한 고민이 담긴 이야기를 들어봤다.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가 실시한 5월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직무수행 긍정평가에서 김 지사가 처음으로 1위를 기록했다는 낭보가 전해졌다. 취임 이후 22개월 만에 맛본 1위로, 그동안 선거 당시 득표율보다 지지율이 상승했음을 의미하는 지지확대지수에서 21개월 연속 1위를 차지했다. 김 지사는 조사가 시작된 지난 2022년 8월 긍정평가 부문에서 5위, 1년 후인 2023년 8월 평가에서 3위를 기록하는 등 계속해서 상위권에 머물면서 올해 3월 4위, 4월 2위에 이어 5월 1위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김 지사는 "기쁘다. 수도권에서 1등 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서 기쁘게 생각하고 더 열심히 하라는 그런 메시지로 듣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긍정평가가 높아진 이유에 대해서는 '진정성'을 꼽았다. 김 지사는 "첫 번째가 진정성이고, 그다음이 성과"라며 "보통은 성과 또는 영향 이런 게 중요할 것 같은데, 저는 진정성을 우리 도민들이 많이 이해해 주고 그걸 또 지지해 주신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런 그는 요즘 '밥 한끼 사주고 싶다'는 사람들 때문에 즐거운 곤욕을 자주 겪는다.

그는 "밖에 다닐 때 많이 알아보신다. 심지어는 음식점에 갔는데 얘기도 안 하고 밥값을 내고 나가시는 분들이 많이 있다"며 "여러 번 경험을 해서 사진 찍고 인사하시는 분들이 먼저 나갈 때는 꼭 지켜보게 된다"며 웃음 섞어 말했다.

대화의 핵심 주제인 '혁신'에 대해 김 지사는 "제도와 의식, 형태의 변화 모두가 필요하다"는 말을 먼저 꺼냈다. 그는 "지금 대한민국은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정치, 사회, 경제 전 분야에서 거대한 퇴행이 이뤄지고 있다"며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혁신은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모든 분야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대한민국의 근본을 새로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대한민국 정치·사회·경제 모두 퇴행

특히 그는 "혁신은 제도와 의식, 행태의 변화 모두가 필요한 것을 의미한다"며 "과거 월드뱅크에 근무할 당시 재정혁신 전문가들과 첫 미팅에서 '혁신이 성공했다는 증거가 무엇인가'란 질문에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행태의 변화'를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진정한 혁신은 제도혁신을 넘어 의식혁신, 행태혁신까지 가야지 성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지사는 "우리는 이미 오랫동안 국가주의, 권위주의, 개발연대에서 경제 운영의 틀 등 제도 의식 행태가 너무 팽배했기 때문에 이것을 완전히 바꾸는 국가의 기본, 근본을 새로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며 "정치, 경제, 사회, 심지어는 우리 국민들의 의식과 행태도 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김 지사는 AI로 대표되는 기술혁명을 "추월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쇼트트랙 경기에서 뒤처져 있을 때 직선상 코스에서는 추월의 기회가 없다. 코너를 돌 때 추월의 기회가 있다고 한다"며 "선진국, 후진국 할 것 없이 지금 전 세계가 코너워크를 돌고 있다. AI를 포함한 기술진보, 산업정책,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놓고 코너를 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우리에게 기회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적응하고 극복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긴 하지만 모두 코너워크를 돌 때가 우리가 추월할 수 있는 그런 기회"라고 말했다.

■ AI를 주축으로 한 기술혁명시대 도래

김 지사는 "지난 1월 다보스포럼 참석, 지난 5월 미국 출장 중 엔비디아·구글·실리콘밸리 방문 등을 통해 기술진보의 핵심으로서 AI에 주목했다"며 "AI는 산업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의 모든 분야에 빠르게 적용되고 있다. 마치 농업혁명에서 산업혁명, 산업혁명에서 정보화혁명 그리고 그 뒤를 이어 AI를 주축으로 한 기술혁명의 시대가 왔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그는 "경기도가 이 시대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중앙정부는 이와 같은 산업정책 면에서 뒤떨어져 있거나 또는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는데 경기도가 앞장서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계획을 밝혔다.

그래서 김 지사는 "경기도에 전국 최초로 AI국을 신설하고, 가을에는 AI 국제영화제도 최초로 개최한다"며 "이와 같은 것들을 통해 결과적으로 우리가 지향하는 바는 '휴머노믹스(Humanomics)'"라고 설명했다. 사람 중심 경제, 기술과 사람의 융합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잠재력을 끌어올려 혁신을 완성하겠다는 구상이다

더 큰 주제로 넘어가 대한민국을 혁신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김 지사는 '경제3법'이라는 해답을 제시했다. 그는 "우리 경제가 매우 어렵다. 특히 초저출생으로 장기적인 성장잠재력이 취약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에는 새로운 돌파구, 미래 먹거리가 필요하다"며 "경제의 틀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 김 지사는 "경기도가 대한민국 경제의 체질을 바꾸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경제3법'을 제시했다"며 "반도체특별법, RE100 3법,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특별법 등이다"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반도체특별법은 "경기도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가 계획·조성되는 상황에서 이를 제대로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라며 "특히 가장 큰 문제인 전기와 용수 등 기반시설 지원을 포함해 반도체 산업 집적화를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은 개별 산업단지 지원으로 반도체 집적화 지원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반도체 산업만을 위한 특별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더불어 두 번째 RE100 3법은 △신재생에너지법 개정 △영농형태양광 지원 법률 제정 △산업집적법 개정을 포함하는 내용이다.

■ 국가균형 발전의 '테스트 베드' 만들 것

그는 "반도체뿐만 아니라 경기도는 5개 산업벨트로 경제활력을 더하고자 하는데, 앞으로 우리 산업에서 신재생에너지 공급이 수출의 관건이 될 것"이라며 "신재생에너지가 공급되지 않으면 수출길이 막히고 세계 시장을 잃는 우를 범할 것이다. RE100 3법은 글로벌 탄소규제 대응을 위한 핵심 입법"이라고 밝혔다.

경제3법 가운데 마지막인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특별법에 대해서는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경기북도에 대한 특별법 제정이 자칫 수도권 규제 문제와 연결돼 비수도권의 반대에 부딪힐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북도가 현실화됐을 경우 이미 정해져 있는 정부 교부세를 둘러싸고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지사는 "중장기적으로는 북부를 발전시켜서 지방으로 가는 재원을 확충하는 목적이 있다"며 "경기북부에 경제가 활성화되면 법인세·소득세가 더 걷힌다. 그 파이를 키우는 것이 중장기적인 목표"라고 설명했다.

또 "단기적으로는 재원 중에 상당 부분을 경기도가 부담을 해서라도 다른 지역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겠다"며 "경기도는 작은 대한민국이다.
경기북부는 인구소멸과 지역 불균형의 대표적인 지역으로, 이를 해결하는 시험무대(테스트 베드)를 만들어 보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지사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는 말로만 했었지 이제까지 한 번도 시도해 보지 않았다"며 "거기서 의미를 두고 있고 제 입장에서 경기북부를 발전시키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
궁극적으로 그것이 대한민국 발전으로까지 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jjang@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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