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기도 선감학원 피해자에 위자료 줘야" 법원 첫 판결
2024.06.20 19:37
수정 : 2024.06.20 19:3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일제가 부랑아를 수용한다는 명목으로 외딴섬에 세운 선감학원에서 가혹행위를 당한 피해자들에게 국가와 경기도가 배상해야 한다는 첫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에서 인정된 위자료는 총 21억6500만원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정회일 부장판사)는 20일 선감학원 피해자 1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와 경기도가 1인당 2500만~4억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6세에 수용된 아이도 있고, 대부분 10세 내지 11세의 나이 어린 아동들을 고립된 섬에 강제로 수용해 여러 인권침해 행위가 발생한 사건으로 중대한 위법행위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국가는 경찰을 통해 아동들의 위법한 수용행위를 주도했고,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국가의 관리·감독 의무를 해태한 책임이 있다"며 "경기도는 선감학원의 운영 주체로 공동 불법 행위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위자료 산정기준에 대해 수용 기간 1년당 5000만원을 기준으로 산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오래 수용됐을수록 더 많이 힘들고 그만큼 교육의 기회도 박탈됐다고 봤다"며 "그 이후 원고들의 삶도 수용 기간 때문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피해자 대리인단 단장을 맡은 법무법인 상록 강신하 변호사는 선고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가 배상 책임에 대해 기본권 침해를 인정했고, 경기도가 운영 주체로서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강 변호사는 "어린이를 집단으로 섬에 수용했고, 평생 폭력과 폭언 등 트라우마로 인해 생활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는데도 불구하고 구금 기간 1년간 5000만원만 인정했다"며 "피해자들과 상의 후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선감학원은 일제가 1942년 부랑아를 격리·수용한다는 명목으로 서해의 선감도(현 안산시 단원구 선감동)에 세운 수용시설이다.
광복 후에도 경기도가 이를 인수해 1982년까지 존속했다. 8∼18세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노역과 학대, 고문이 이뤄졌으며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지난 2022년 선감학원 수용자 전원이 아동 인권침해 사건의 피해자라고 인정했다.
같은 해 12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는 피해자 약 160명을 대리해 국가와 경기도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현재 선감학원 관련 소송은 전국적으로 10여개가 진행 중이다. 이번 판결은 이중 첫 선고다.
wschoi@fnnews.com 최우석 변호사·법조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