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또 어제 낮 11시 군사분계선 침범…군 경고 방송·사격에 북상(종합)

      2024.06.21 11:47   수정 : 2024.06.21 14:2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군이 20일 또다시 군사분계선(MDL)을 침범했다가 우리 군의 경고사격에 북상했다고 21일 밝혔다.

합참에 따르면 20일 오전 11시쯤 중부전선 비무장지대(DMZ) 안에서 작업 중이던 북한군 수 명이 MDL을 침범하자 우리 군은 경고방송에 이어 경고사격을 실시했고, 북한군은 바로 북상했다. 북한군이 MDL 침범은 이달 들어 3번째다.



20일은 북한이 김정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19일 맺은 준군사동맹 성격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발표한 날이다.

합참은 이번에도 북한군이 우리 군의 경고사격에 바로 북상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 침범으로 판단하고 있다.


최근 북한군은 DMZ 내 10여곳에서 1곳당 적게는 수십명에서 많게는 수백명을 동원해 지뢰매설, 경계능력 제고를 위한 불모지 조성, 전술도로 보강 등 다양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앞서 지난 9일에도 중부전선 DMZ 내에서 작업 중이던 북한군 20∼30명이 MDL을 50m 이내로 넘어왔다가 우리 군의 경고사격에 퇴각했고, 지난 18일에도 중부전선 DMZ 안에서 작업 중이던 북한군 20∼30명이 MDL을 20m가량 침범했다가 군의 경고방송 및 경고사격에 북상했다.

이러한 북한의 행태에 대해 군사 외교·안보 전문가 일각에선 ‘고의’와 ‘비고의’를 불분명하게 하는 회색지대 성격의 인지전을 통해서 우리 군의 판단을 흐리며, 군사대비태세를 혼란에 빠뜨리려는 저의가 숨어 있을 수 있다고 짚었다.

군사분계선을 자신의 전략과 작전에 유리하도록 무실화하려는 셈법이라는 얘기다.

북한의 오물풍선 파상 공세와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재개 등으로 이어지는 긴장의 연쇄고리 속에서 수십 명의 북한 병력이 MDL을 넘는 것은 군사적 충돌의 촉발요인이 된다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그런데도 이와 같은 긴장 국면에서 북한군 무장병력이 아닌 작업병력이 여러차례 MDL을 침범하도록 한 것은 ‘비고의’라는 인식 강압을 통한 ‘고의성’의 셈법이 숨어 있다는 의도를 배제하기 어렵다고 보고있다.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은 본지에 "무기를 들고 넘는 것이 아니고 작업도구를 들고 침범함으로써 ‘의도적 군사도발’과 ‘작업 중 비의도적 실수’ 사이의 판단을 모호하게 함으로써 상대방이 고강도로 대처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노림수가 있다"고 말했다,
반 센터장은 "북한은 1970년대 중반부터 NLL 무실화를 위해서 의도적으로 함정을 NLL 남측 해역으로 침범시켜 왔다. 이와 유사한 도발공식을 지상에 적용시킴으로써 군사분계선을 자신이 의도하는 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강압하는 조치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전에 병력을 동원하면서 단순 연습이라는 명목을 들고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이 없다는 회색지대전술을 구사하다가 전면전 국면으로 전환한 바 있다"며 "이와 유사하게 북한은 전면전 연습차원에서 여건조성 국면에서 회색지대전술을 사용하는 연습을 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보통 전면전을 하는 경우에도 여건조성 기간에는 회색지대전술을 사용한다"며 "김정은이 군당국에 전쟁준비 완성을 주문했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라고 우려했다.

반 센터장은 "반복되는 북한군의 군사분계선 침범을 고의성에 방점을 두는 가운데 이를 토대로 군사분계선이 회색지대가 아닌 흑백지대로 기능하도록 단호하게 대응하는 절차를 완성도 높게 추진해야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주한유엔군사령부는 북한의 대남 오물풍선 살포와 MDL 침범 등의 정전협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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