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실장 ‘우크라 살상무기 지원’ 경고..목적은 물밑대화
2024.06.23 15:51
수정 : 2024.06.23 16:0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윤석열 정부가 러시아를 향해 우크라이나 살상무기 지원 가능성을 내비쳤다. 군사동맹에 준하는 북러조약에 따라 북한에 ‘고도의 정밀무기’를 실제로 내준다면, 우크라 무기지원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구체적인 경고이다. 최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간 정상회담을 통해 동맹 복원 선언에 대한 강력한 맞대응이면서도 한러 간의 물밑대화를 위한 사전 포석으로도 읽힌다.
장 실장은 23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정부가 우크라에 155mm 포탄 지원을 검토한다는 보도에 대한 질문에 “강조하고 싶은 건 러시아가 하기 나름이라는 것이다. 북한에 고도의 정밀무기를 준다면 선이 있겠나”라고 밝혔다.
이는 언뜻 한러가 강대강 대치하는 모양새다. 장 실장이 지난 20일 우크라 무기지원 재검토를 처음 밝힌 이후 푸틴 대통령이 “큰 실수”라고 공개 경고했기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러시아의 행보를 지켜본다며 결정을 미룬 건 결국 한러대화를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은 “우크라에 살상무기를 주는 건 쉽지 않은데, 이를 거론치 않기엔 러시아가 선을 넘으니 정부로선 딜레마”라며 “그래서 ‘북한에 고도의 정밀무기를 넘길 때’라는 레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말폭탄이 고조되면 서로의 입지를 스스로 좁히는 것이라 선을 제시하고 물밑에서 이야기하려는 것”이라고 짚었다.
장 실장도 이날 한러대화 용의를 우회적으로 밝혔다. 그는 “러시아의 한국에 대한 제스처를 보면 우크라 전쟁 후 한러관계를 복원시키고 싶어 하고, 우리도 이웃나라를 제비뽑기로 바꿀 수는 없는 터라 한러관계에 대한 이해관계가 있다”며 “전쟁 후 한러관계를 복원·발전시키고 싶다면 러시아 측이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북러정상회담에서 북한은 김 위원장이 ‘동맹’을 강조하고 조약문을 공개한 것과 달리 푸틴 대통령은 동맹이라 표현하지 않은 온도차를 주목하며 “이 부분은 러시아 측의 설명을 들어봐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한러대화를 노리면서도 굳이 우크라 무기지원이라는 강수를 둔 건 러시아가 북한에 유의미한 첨단무기 제공이나 기술이전, 군사적 도발 등을 실제 이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상대가 ‘블러핑’을 하는 상황에선 오히려 강하게 맞서야 협의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정부 사정에 밝은 한 전문가는 “일각에선 북러가 조약을 악용해 한미연합연습 같은 걸 문제 삼아 러시아를 부추겨 도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한다”며 “그러면 러시아는 안 그래도 우크라 전쟁으로 벅찬데 북한의 장난 때문에 미국과 전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그래서 러시아가 북한에 휘둘릴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외교가에 따르면 우크라 전쟁 탓에 민주주의 진영 국가들은 대체로 러시아와 공개 회담이나 협의를 가지지 않고 있다. 때문에 우리 정부도 물밑에서 러시아와 소통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