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견조·내수 회복세… 고물가·고금리·美대선은 부담"
2024.06.23 18:42
수정 : 2024.06.23 20:21기사원문
내수 소비·투자 회복 급선무... 美 보복관세, 韓기업에 타격... 국회, 제도·규제개혁 나서야 -박일준 부회장
올 연 2%대 중반 저성장 전망... 美대선이후 대응책 마련 필요... 중대재해처벌법 개선 등 시급 -김창범 부회장
반도체 등 수출 작년보다 개선... 불안 요인 지속땐 회복세 둔화... 기업활동 지원 입법 적극 추진 -이동근 부회장
IT·선박·車 중심 견조한 성장세... K칩스법 연장안 조속 통과돼야... 성장사다리 구축 규제개선 필요 -이인호 부회장
―올해 하반기 우리나라 경제전망과 리스크 요인은.
▲박일준 부회장=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연초 대비 모두 0.4%p씩 상향 조정했다. 인공지능(AI) 투자 수요 확대에 따라 정보기술(IT) 경기 상승세가 지속되며 수출이 나아지고, 내수도 완만한 회복세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고물가와 고금리가 리스크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창범 부회장=반도체 경기회복에 따른 수출 호조와 설비투자 증가로 하반기 양호한 흐름을 지속하겠으나, 올해 연 2%대 중반의 저성장이 전망된다. 작년 초저성장(1.4%)에 따른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성장세가 강하지는 않다. 더욱이 미국 대선이 임박해질수록 미국 우선주의적 공약이 쏟아져 글로벌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대선 이후 시나리오별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
▲이동근 부회장=한국은행과 KDI에 따르면 올해 우리 경제는 반도체 등 수출실적이 작년보다 개선되면서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글로벌 경기부진과 미중 갈등 확산, 고물가·고금리와 같은 불안요인들이 지속될 경우 경제회복세가 다소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인호 부회장=하반기에도 견조한 수출회복세가 이어지면서 올해 우리 경제는 2%대 중반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세계경제는 3% 내외의 성장세가 예상되며, 우리 수출도 IT, 선박, 자동차를 중심으로 견조한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중 갈등과 미국 대선에 따른 미중 관세전쟁 재점화 등 대외 리스크를 주시해야 한다.
―하반기 한국 경제의 활력을 높이기 위해 정부와 기업의 역할은.
▲박일준 부회장=경기회복에 대한 체감도를 높여 내수 소비와 투자를 회복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정부는 경쟁국 수준으로 전략산업 투자 인센티브를 마련해 투자 리스크를 분담해야 하고, 기업은 과감한 혁신투자를 통해 성장 동력을 확충하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매진해야 한다.
▲이동근 부회장=기업은 생산성 향상과 기술력 제고를 통한 고부가가치화 등 경쟁력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 정부는 이러한 기업의 기술혁신과 가격경쟁력 확보 지원을 위해 규제완화, 세제지원, 노동개혁 등 과제들을 보다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 특히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확산, 근로시간 유연화, 고용경직성 완화와 같은 노동개혁이 차질 없이 추진될 필요가 있다.
▲이인호 부회장=정부는 과감한 투자 인센티브와 금융지원을 통해 글로벌 첨단산업 경쟁에 대비해야 한다. 올해 말 일몰을 앞두고 있는 'K칩스법' 연장안의 조속한 통과가 필요하다. 내수부진으로 수출이 국내 경제회복을 견인할 것으로 보임에 따라 수출기업이 어려워하는 무역금융, 해외인증, 마케팅 지원이 필요하다.
―규제개혁을 통한 경제활력 회복에 정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 보인다. 정부가 시급히 개선해야 할 과제는.
▲김창범 부회장=규제개혁은 속도전이다. 알박혀 있는 규제로 대규모 투자나 신산업 진출이 막힐 수 있어 '빨리빨리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시대에 맞지 않는 '복고 규제'와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 규제'는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 감사위원 선출 시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폐지, 일감 몰아주기 등 대기업집단에 대한 차별 규제 개선, 중대재해처벌법 개선 등이 시급하다.
▲이동근 부회장=킬러규제 혁신과 한시적 규제유예를 비롯한 정부의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경쟁국보다 과도한 규제가 많아 기업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과 동등한 환경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우리나라에만 있는 대기업집단 규제를 폐지해야 한다. 원격의료 금지, 공유숙박 금지 등 신산업 진입장벽을 낮춰 경쟁력 있는 유니콘 기업이 태동할 수 있는 환경도 마련해야 한다.
▲이인호 부회장=단기적으로 가장 시급한 것은 반도체·디스플레이·2차전지 등 국가전략기술 육성에 필요한 세액공제 기한연장, 특화단지 조성 예타 면제, 전력·용수난 해소에 필요한 규제혁신이다. 정부가 발표한 26조원 규모의 반도체 생태계 종합지원방안 등은 환영할 만하지만 더욱 파격적인 규제혁신과 혜택 제공을 통해 자본과 인재를 불러들일 수 있는 입법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중소·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성장사다리' 구축에 필요한 규제개선도 필요하다.
―오는 11월 치러지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박일준 부회장=트럼프의 보편관세 10%, 상호무역법 등에 따른 보복관세는 우리 기업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화석연료 중심 에너지 정책은 전기차 시장과 한국 배터리 업계의 손실 확대로 연결된다. 다만 한국과 미국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가로, 중국과 인도에 비해 관세 인상의 피해는 덜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을 타깃으로 한 무역조치가 우리에게 미칠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
▲이동근 부회장=미국 대선과 관계없이 우리 기업들의 대미 투자와 교역 활동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의 대중 관세 인상과 탈중국 강화 정책은 우리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 새롭게 진출하거나 대미 수출을 더욱 확대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다만 원자재를 중국에서 주로 수입하는 우리 기업들의 대미 수출이 제약을 받거나 가격경쟁력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
▲이인호 부회장=두 후보의 공약은 구체적 방법에서 차이가 있으나, 중국 견제를 강화하고 미국을 중심에 둔 경제안보 전략에 집중할 것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다. 중국과 거리를 두고 동맹국과 공급망을 다각화하는 미국의 정책 방향을 감안해 경제안보 측면에서 기회와 리스크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22대 국회가 출범했다. 기업 경영환경 개선을 위해 바라는 점은.
▲박일준 부회장=22대 국회가 마주할 4년은 한국 경제가 계속 번영하느냐, 멈춰 서느냐의 중요한 갈림길에 놓여 있다. 구조개혁, 패러다임 전환에 적기 대응을 못하면 저성장 기조 고착화를 피할 수 없다. 저성장 타개를 위해서는 낡은 제도와 정책에 대한 구조 개혁과 새로운 성장모델 모색이 시급하다. 세계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위해 노력 중인 반면 한국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제도적 환경으로 출발선부터 경쟁국보다 뒤처지는 실정이다. 꼭 필요한 제도와 규제가 아니면 과감하게 바꾼다는 '발상의 전환'을 보여주시길 희망한다.
▲김창범 부회장=한경협 조사 결과 기업 10곳 중 6곳이 '경제활력 회복'을 22대 국회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저성장 장기화에 환율·유가·물가 등 3고 현상이 겹치는 위기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위기 타개를 위해서는 '기업들이 희망하는 국가전략기술 및 R&D 세제지원 관련 조특법'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유예' '차등의결권 허용을 포함한 상법' '대형마트 유통규제 완화 관련 유통산업발전법' 등의 조속 통과가 시급하다.
▲이동근 부회장=우리 경제의 장기 저성장 국면 탈출을 위해 22대 국회에서는 노사관계 선진화, 규제 해소 등 기업활동 지원 입법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지난 4년간 '노사관계 선진화와 규제 개선'을 지속 호소했지만, 근로자와 노동조합 보호 입법만 강화되고 기업 활동에 대한 규제는 오히려 증가했다. 특히 대립적 노사관계와 강성 노동운동의 폐단은 개선되질 않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 국가경쟁력 리포트에 따르면 한국의 노사협력 순위는 141개국 중 130위다. 근로자와 노동조합 보호에만 치중한 정책들은 결국 낮은 경제성장률과 노동생산성과 관련이 큰 만큼 경총은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국민 여론에도 적극 호소할 계획이다.
▲이인호 부회장=세계 주요국들은 자본과 인재를 자국으로 유인하기 위한 입법을 통해 자국 산업 육성과 기업 지원에 힘을 쏟고 있다. 무협이 수출기업 CEO 32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22대 국회에서 정책금융, 기술·R&D, 규제개혁, 노동개혁 등과 관련된 입법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월 여야 합의를 통해 처리된 화평법·화관법 개정과 같이 해묵은 규제들이 실기하지 않고 적기에 처리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