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합리적 주도 세력'으로서 존중받아야

      2024.06.23 19:02   수정 : 2024.06.23 19:15기사원문
약 2년간 정치 기사를 쓰면서 중도층이 정당한 대접을 받지 못한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 시스템·상향식 공천이라는 미명하에 당내 반대 세력을 대거 ‘정리’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비명횡사’ 공천은 정권 심판론으로 기울어 있던 중도층 민심의 급격한 이탈을 불러왔다. 다만 이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주호주 대사 임명’ 등 크고 작은 여권발 실책에 만회(?)됐다.

여당은 당정 관계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뜬금없는 ‘이재명-조국 심판론’을 들이밀다가 자멸했다.

이후로도 양당은 각자의 강성 지지층 눈치만 보는 듯하다.
민주당은 입법부를 대표하는 국회의장 후보 선출에 권리당원 영향력을 첨가하고 이 대표 연임과 대선을 위해 당헌·당규를 고쳤다. 여당은 선거 참패 정당이 맞는지 믿기 힘들 정도로 쇄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선거에서 이기려면 당의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는 말은 이제 틀리게 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선거구제 등 제도가 크게 바뀌지 않는 한 한국의 모든 선거는 중도층이 승패를 결정한다. 양당 지지층이 콘크리트화될 대로 콘크리트화된 지난 총선도 마찬가지다. 다만 어느 한쪽이 중도층 마음을 샀다기보다는 더 큰 미움을 산 결과라고 보는 것이 맞겠다.

거대 양당은 왜 중도층에 소홀해진 것일까. 확고한 자기 편이 아니면 모두 멸시하게 된 정치 문화 때문일까.

파랑 아니면 빨강만 있는 광장에서는 대화가 오갈 수 없다. 중도층은 존중받아야 한다. 중요한 정치 주체임을 인식하기 위해 중도층을 ‘합리적 주도(결정) 세력’이라고 부르자는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 제안이 흥미롭다. 영단어 ‘스윙 보터’에서처럼 중도층의 합리성과 주체성을 강조하는 취지다.

우상호 전 민주당 의원도 저서 ‘민주당 1999-2024’에서 “(개혁 입법 강행 시) 유심히 살펴야 하는 부분은 이른바 중도층 여론”이라며 “중도층은 대개 어떤 법안을 개혁하는지와 그 세부 내용보다는 개혁을 추진하는 세력의 태도를 중요하게 지켜본다”고 했다.

지금 중도층은 개혁이라며 대북 송금 특검, 검사 탄핵 등을 추진하는 민주당을 지켜보고 있다.
선거 전 외연 확장이라며 진보 진영에서 활동했던 사람들을 데려와 놓고 이제 와 ‘우리와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다’고 입을 씻는 여당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glemooree@fnnews.com 김해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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