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물든 메카 성지 순례, 최소 1301명 숨져
2024.06.24 10:04
수정 : 2024.06.24 14:0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폭염 가운데 연례 이슬람 성지 순례(하지) 행사를 치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최소 1301명의 순례객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공식 쉼터를 이용할 수 없었던 무허가 순례자들이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에 따르면 사우디 당국이 집계한 하지 관련 사망자 숫자는 23일(현지시간) 기준 1301명이다.
전 세계 이슬람 신자들은 평생 최소 1번은 사우디 메카를 찾아 주변 성지들을 방문해야 한다. 이는 5대 의무 중 하나다. 올해 하지 기간은 이달 14~19일까지다. 사우디 당국은 올해 순례자 수가 지난해와 비슷한 180만명에 달했으며 160만명이 해외에서 왔다고 밝혔다
사우디는 순례객 관리를 위해 하지용 비자(우므라 비자)를 따로 발급하고 국가별로 발급 인원을 제한한다. 우므라 비자를 원하는 순례객은 신청서 등록 이후 추첨을 기다려야 하며 당첨 되더라도 발급 비용으로 최소 100달러(약 14만원)를 내야 한다.
이에 저소득 국가의 순례객들은 관광 비자로 사우디에 입국한 다음, 허가 없이 하지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불법 여행사들은 외국 순례객들을 속이거나 무허가 하지를 주선하기도 한다. 무허가 순례자들은 긴 순례 일정 동안 공식 쉼터나 숙소를 이용할 수 없어 폭염에 그대로 노출된다.
사우디 고위 관리는 수많은 순례자들이 15일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가 마지막 설교를 했다고 알려진 아라파트 산(자비의 산)에서 뜨거운 햇볕을 맞으며 몇 시간 동안 기도를 했고 16일에는 '악마에게 돌 던지기' 행사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두 행사는 하지 순례의 핵심 일정이며 15~16일 사이 577명이 사망했다.
사우디 국립기상센터에 따르면 올해 하지 기간 메카 등 성지의 일일 최고 기온은 섭씨 46도~49도 사이였다. 최고 기온은 51.8도에 달했다.
사우디 관계자는 올해 하지 순례에 참가한 무허가 순례객이 약 40만명이었다며 "거의 모두가 한 국적 출신"이라고 말했다. 외신들은 대부분 이집트 순례객이라고 추정했다. 이와 관련해 이집트 당국은 무허가 순례자들의 사우디 여행을 도운 16개 여행사의 면허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프랑스 AFP통신은 관계자를 인용해 이집트인 658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번 하지에서 자국민이 200명 이상이 숨졌으며, 인도는 98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파키스탄, 말레이시아, 요르단, 이란, 세네갈, 수단 출신 사망자도 보고됐다.
한편 알 잘라젤은 사우디가 하지 기간에 무허가 순례객들에게 14만1000건의 서비스를 시행했고 이를 포함해 46만5000건 이상의 전문 치료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