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동안 美에 쫓기던 위키리크스 어산지, 마침내 '자유'
2024.06.25 10:57
수정 : 2024.06.25 10:5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지난 2010년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기밀 폭로 이후 14년 가까이 미국에게 쫓기고 있는 위키리크스 창립자 줄리안 어산지가 곧 영국 감옥에서 풀려나 고국 호주로 돌아갈 예정이다.
미 월스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시간) 재판 문서와 관계자를 인용해 어산지에 대한 재판이 26일 미국령 사이판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관계자는 이번 재판에서 어산지가 경범죄 혐의로 62개월 징역형을 선고 받을 예정이며, 어산지가 이미 영국 감옥에서 수감된 기간이 해당 형량으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올해 53세인 어산지는 호주에서 태어난 해커로 과거 2006년에 온라인 폭로 사이트 위키리크스를 세웠다. 그는 지난 2010년 미 육군 정보분석병이었던 첼시 매닝 일병을 통해 미 국방부 컴퓨터를 해킹, 미군이 이라크와 아프간 전쟁에서 저질렀던 민간인 학살 정보 및 기타 군사·외교 기밀정보를 빼냈다고 알려졌다. 어산지는 2010~2011년에 걸쳐 수만건의 기밀 문건을 위키리크스에 공개했고 매닝은 2010년에 체포되어 2013년에 35년형을 선고받았으나 2017년에 사면되었다.
미 정부는 어산지의 폭로 때문에 수많은 미국 정보원들이 위험해졌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어산지는 기밀을 폭로하면서 정보원을 감추지 않았으며 후원을 늘리기 위해 폭로를 과대 광고하는 모습을 보여 비난을 샀다. 미 정부는 2019년 미 버지니아주 법원을 통해 어산지를 간첩법 위반 등 총 18개의 혐의로 기소했다. 어산지는 미국에서 재판을 받을 경우 최대 175년의 형량을 받을 수 있다.
2010년 폭로 이후 영국에 머물던 어산지는 같은해 스웨덴 정부에서 제기한 성폭행 혐의로 체포되었으나 열흘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그는 스웨덴으로 송환될 경우 미국으로 끌려갈 수 있다고 걱정해 2012년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을 찾아가 망명 신청을 했다. 어산지는 대사관에서 약 7년을 보내며 여러 유명 인사들과 접촉했고 2016년 미 대선과 관련해 러시아 해커들이 미 민주당 전국위원회를 해킹해 얻어낸 문서 등을 공개하기도 했다.
어산지는 2019년 에콰도르 정부와 마찰로 대사관에서 쫓겨났고, 즉시 보석 조건 위반 혐의로 체포되어 지금까지 영국 벨마쉬 교도소에 수감중이다.
미 정부는 어산지를 미국에 데려오기 위해 노력했으나 최근 동맹들의 사면 압박에 곤란한 상황이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올해 초 미 정부가 어산지 사건을 마무리 짓길 바란다고 밝혔다.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도 지난 2월 영국 정부가 어산지를 미국에 보내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WSJ는 지난 3월 보도에서 미 법무부가 어산지의 기소 내용을 간첩법 위반같은 중범죄가 아닌 비밀 문서 취급 부주의 같은 경범죄로 변경할 수 있다고 전했다. 어산지의 변호인단은 미국에서 중범죄 용의자의 경우 반드시 미 본토에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며, 어산지가 미 본토에 들어가는 상황은 피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어산지는 미 정부의 기소 내용이 경범죄로 바뀌면서 미국령 사이판에서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