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니부터 EV6까지 안 고쳐본 차가 없죠"
2024.06.25 18:03
수정 : 2024.06.25 18:54기사원문
최용식 자동차정비 대한민국 명장(사진)은 25일 파이낸셜뉴스와 만나 "신속하고 정확하게 자동차를 진단한 후 수리를 완성했을 때 마치 새로운 생명을 찾아주는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올해 53세인 최용식 명장은 1990년 자동차 정비에 입문했다. 34년간 묵묵하게 자동차 정비 외길 인생을 걸었지만 아직까지도 다양한 부품이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자동차가 흥미롭다며 웃었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인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진로 문제로 고민이 많았다. 농기계 만지는 일에 소질이 있어 자동차 직업훈련원에 입학해 직업을 찾아나갔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고된 시간이었지만 성장하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단 하나가 어긋나 멈춰버린 기계를 몇 시간의 사투 끝에 되살렸을 때의 희열은 청년을 자동차 정비 외길로 이끌었다.
작은 체구로 인해 예비역으로 배정된 군대까지 정비기술을 배우고 싶어 자원입대했다. 최 명장은 장성 차량 정비병으로 복무하면서 군 생활 중 체계적인 교육을 받았다. 현대자동차의 처음이자 한국산 자동차 최초의 독자생산 모델인 포니부터 최근 전기차인 EV6까지 그의 손을 안 거친 차종이 없다.
꽃길만 걸은 건 아니었다. 2014년 과로가 겹쳤던 탓에 저녁 식사를 하던 중 식탁에서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 급성 허혈성 뇌질환이었다.
그는 병마와 싸우며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만 있다면 기능인의 최고봉인 대한민국 명장에 도전해보겠다는 새로운 꿈을 꾸었다. 대한민국 명장은 숙련기술장려법에 따라 산업 현장에서 최고 수준의 숙련기술을 보유한 기술자로, 산업 현장에 장기간 종사함으로써 숙련기술 발전과 숙련기술자의 지위 향상에 크게 공헌한 사람 중 선정된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국민들의 숙련기술 습득을 장려하는 동시에 숙련기술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임으로써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가족들의 도움으로 병상에서 일어난 이후 명장이 되겠다는 목표를 향해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해 두 번째 꿈을 이뤘다.
대구광역시 수성구에서 현대모터스 정비업체를 이끌며 현장에서 업무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그는 "후배들은 내가 겪은 어려움 없이 일할 수 있도록 혁신적 업무개선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손가락은 굽고, 손톱 끝은 까맣지만 쉴 틈 없이 기름칠을 하고 볼트를 조이던 손은 이제 혁신적인 장비와 교재를 만들어내고 있다.
2013년 시작한 연구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2020년 성과를 냈다. 국내 최초로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의 고전압 배터리를 셀별로 진단하는 기기를 발명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이를 통해 배터리 전체가 아니라 불량모듈 하나만 교체하는 공정의 혁신이 일어났다. 수리비 절약은 물론 폐배터리 감소로 환경까지 지키게 됐다. 이 외에도 공정개선 기술 30여건, 기술교재 50여건 등 후배들을 위한 정비 사랑 대물림은 계속되고 있다.
인생의 역경 앞에서도 당당하게 두 번째 꿈을 꾸고 힘차게 일어나 그 꿈을 이뤄낸 최 명장은 후배들에게 기술적 재능을 익히는 과정은 미래에 대한 투자로, 도전을 두려워 말고 믿음을 가지라고 충고했다.
"노력 없이 대가를 바라지 마세요. 열정을 가지고 과감하게 도전하면 이룰 수 있습니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