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레바논 3차 침공 강행? 중동 전쟁 확전 위기
2024.06.27 05:00
수정 : 2024.06.27 05: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10월부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공격하고 있는 이스라엘이 조만간 북부의 레바논을 공격해 '양면 전쟁'을 벌이겠다고 예고하면서 이스라엘의 ‘3차 레바논 침공’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최소한 표면적으로 이스라엘을 지지했던 미국은 확전 계획에 강력히 반대하며 이란이 개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궁지에 몰린 네타냐후, 확전으로 승부수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2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채널14 방송에 출연해 "헤즈볼라와의 전면전을 치를 필요가 없기를 바란다.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는 가자지구 무장정파 하마스와 마찬가지로 이란의 지원을 받는 조직이다.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고, 이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하마스 소탕 작전을 시작하자 레바논과 국경을 접한 이스라엘 북부를 향해 포격 및 무인기(드론) 도발을 감행했다. 그 결과 지난해 이스라엘 북부에서 약 8만명이 피란길에 올랐고 지금도 6만명에 달하는 주민들이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그동안 헤즈볼라의 도발에 공중 폭격 등으로 맞서며 소모전을 이어갔다. 그러나 이스라엘 정부는 최근 하마스 소탕 작전이 소강상태에 빠지고, 인질 협상 역시 헛돌면서 헤즈볼라에 집중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11일 헤즈볼라의 고위 사령관 중 하나인 탈렙 압둘라를 제거했으며 헤즈볼라 역시 수백발의 로켓을 발사하며 보복했다.
레바논 베이루트에 위치한 아메리칸대학에서 선임 공공정책 연구원을 맡고 있는 라미 쿠리 교수는 24일 미 독립 매체 데모크라시나우에 출연, 네타냐후가 레바논으로 관심을 돌린 이유에 대해 분석했다. 그는 네타냐후가 "궁지에 몰렸다"며 "국제 사회에 내밀 새로운 정치적 틀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쿠리는 네타냐후가 가자지구의 상황을 정리하지 못하고 인명 피해가 늘어가는 상황에서, 자신을 지지하던 미국과 국내 정치 세력의 이탈을 막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스라엘 내 좌파 세력과 군부 모두 8개월 가까이 끝나지 않는 하마스 소탕작전때문에 네타냐후를 의심하고 있다며 네타냐후가 이들의 불만을 동시에 잠재울 방법을 찾는 중이라고 평가했다. 쿠리는 이스라엘이 불리할 때마다 반(反)유대주의나 과거 유태인 학살 등을 언급하며 유태인을 핍박하는 "나쁜 사람들"을 언급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스라엘이 또 다시 그러한 "나쁜 사람들을 계속 찾고 있다"고 지적했다.
만만치 않은 3차 침공
1948년 유엔 합의를 깨고 영국 식민지였던 팔레스타인 지역에 독단적으로 나라를 세운 이스라엘은 수차례 중동 전쟁을 치르면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가자지구, 요르단강 서안지구, 동예루살렘을 포함한 팔레스타인 자치 구역으로 몰아넣었다. 이 과정에서 1964년 탄생한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는 이스라엘을 상대로 무장 투쟁을 전개했고, 1970년대는 레바논에 근거지를 마련했다. 가자지구를 지배했던 하마스는 PLO 산하 무장 조직이었다. PLO를 제거하려던 이스라엘은 1975년 레바논 내전 발발 이후 지속적으로 레바논 정세에 개입하다가 1982년에 본격적으로 레바논을 침공해 PLO 소탕에 나섰다. 이스라엘군은 2000년까지 레바논에 주둔하다 완전 철수했다. 긴 침략 기간을 겪은 레바논에서는 1985년 이란의 지원을 받아 아랍어로 ‘신의 당’이라는 의미의 이스라엘 저항 조직 헤즈볼라가 탄생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2006년에도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군인 2명을 납치하자, 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또다시 레바논을 침공하여 34일 동안 헤즈볼라와 전쟁을 벌였다.
만약 이스라엘이 이번에 다시 레바논 국경을 넘는다면 3번째 침공이다. 헤즈볼라는 2018년 레바논 총선에서 승리했으며 2022년 총선에서 의회 과반에 실패했지만 여전히 레바논 정규군을 능가하는 군사력을 지니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유력 매체인 더내셔널은 25일 보도에서 이스라엘의 3차 침공이 2006년과 사뭇 다르다고 예상했다. 이스라엘 안보 싱크탱크 알마 연구·교육센터는 현재 헤즈볼라의 전투원이 최소 5만명이라고 추정했다. 또한 헤즈볼라는 이란의 지원 덕분에 이스라엘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로켓 5000기를 포함해 6만5000기의 로켓을 보유중이라고 알려졌다. 헤즈볼라는 이외에도 유도 기능을 갖추고 최대 사거리 200km에 달하는 미사일 5000기를 가지고 있으며 수많은 박격포탄을 비축했다. 영국 가디언은 23일 보도에서 이달 미국 정부의 분석을 인용해 지난해 하마스의 로켓 공격을 막아냈던 이스라엘의 근거리 대공 방어 체계 '아이언돔'이 헤즈볼라와 교전시 압도당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싱크탱크 국제대테러연구소(ICT)의 미리 이신 선임 연구원은 헤즈볼라가 "2024년에는 하루 동안 박격포탄, 로켓, 미사일, 자폭 드론 등 말 그대로 1만개의 각기 다른 투사체를 쏘아 올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만약 이스라엘 공군이 극도로 효율적으로 헤즈볼라의 원거리 전력을 제거한다고 해도 이스라엘의 피해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신은 "이스라엘이 공중에서 날아오는 헤즈볼라의 로켓을 90% 제거하고 10%만 남을 경우 그것만으로도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로켓 공격이나 2006년 헤즈볼라의 전력을 넘어설 것"이라고 추정했다. 알마 연구·교육센터의 아브라함 레빈 대변인은 지금 헤즈볼라와 전면전을 벌인다면 2006년보다 "10배 더 심각한 피해"가 발생한다고 내다봤다. 이스라엘은 2006년 2차 침공 당시 약 120명의 군인과 44명의 민간인 사망자를 기록했다. 당시 레바논에서는 250명의 헤즈볼라 대원을 포함해 약 1200명이 숨졌다.
전쟁 말리는 美, 이란 개입 가능성
오는 11월 대선을 앞 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만 하더라도 이스라엘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바이든은 하마스 소탕작전 장기화로 가자지구의 민간인 피해가 급증하면서 아랍계 및 좌파 유권자의 지지율이 떨어지자 무척 초조한 상황이다. 바이든은 지난 5월 31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3단계 휴전안을 제시했으나 하마스에게 거부당했다. 이 와중에 이스라엘은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가자지구 전역에서 군사 작전을 강행했지만 아직 하마스 지도부를 체포하지 못했다. 더불어 아직 남은 이스라엘 인질 역시 구출하지 못했다. 이스라엘군의 수석 대변인을 맡고 있는 다니엘 하가리 해군 소장은 19일 이스라엘 채널13 방송에 출연해 "하마스를 파괴하고 사라지게 만드는 것은 대중의 눈에 모래를 뿌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는 하마스 박멸을 약속한 네타냐후의 주장과 어긋나는 발언이다. 하가리는 "우리가 하마스를 제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누구든 틀렸다"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 보도에서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의 주요 전투 작전을 거의 끝냈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이스라엘군 병력 일부가 헤즈볼라와 갈등을 대비해 북부 국경으로 이동하고, 일부는 가자지구 주요 통로에 남아 저강도 하마스 소탕작전에 투입된다고 전했다. 하마스가 지난해 10월 이스라엘인 약 1200명을 살해하며 시작했던 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가자지구 누적 사망자는 25일 기준 3만7658명이었다.
바이든 정부는 가자지구에서 추가적인 인명 피해가 줄어든다고 기대했으나, 이스라엘이 확전 가능성을 시사하자 즉시 반발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 장관은 25일 미 워싱턴DC에서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 장관과 만나 "레바논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북부에 대한 로켓 공격 증가와 긴장 고조에 대해서 극도로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이스라엘 북부 국경에 지속적인 평온을 복구하고 이스라엘 및 레바논 국경 양쪽의 민간인들이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외교적 합의를 긴급히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찰스 브라운 합참의장은 23일 기자들과 만나 "이란이 헤즈볼라를 더 지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이란이 "헤즈볼라에 중대한 위협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그 동안 하마스에게 제공했던 것보다 더 많은 지원을 헤즈볼라에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브라운은 동시에 "헤즈볼라는 전반적인 역량 면에서 하마스보다 더 뛰어나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네타냐후는 이란이 끼어들 수 있다는 미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강경론을 펼치고 있다. 네타냐후는 24일 이스라엘 의회 연설에서 "이란과 이란의 대리 세력들은 이스라엘을 파괴할 목적으로 미사일 공격 및 영토 침범을 통해 계략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자지구 전투를 통해 이란의 계략이 드러났다며 "우리는 이러한 계획을 좌절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24일 이스라엘 매체 예루살렘포스트에 따르면 네타냐후의 최대 정적으로 불리는 베니 간츠 이스라엘 국가통합당 대표 역시 외교적 타협보다는 확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간츠의 대변인에 의하면 그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헤즈볼라와 같이 이란의 지원을 받는 조직이 역내에 공포와 불안을 조장하는 상황에서, 이스라엘 북부 지역을 향한 헤즈볼라의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군사적인 수단을 사용할 필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