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배터리 화재, 리튬 소화기 시험 기준도 없어
2024.06.27 14:53
수정 : 2024.06.27 14:53기사원문
4년 연속 배터리 화재 증가
27일 소방청에 따르면 배터리 화재는 지난 2019년 281건에서 지난해 359건으로 4년 연속 증가했다. 최근 5년간 사망자는 2건, 재판 피해는 2022년 493억원, 지난해 228억원으로 피해 규모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기차 보급 등으로 전 세계적으로 배터리 이용은 늘고 있으며 해당 수요를 국내 배터리 기업의 공장들이 담당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국내에서 배터리 관련 화재 사고는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번 아리셀 공장 화재로 국내 배터리 관련 관리와 감독에서 취약성을 드러났다는 점이다. 배터리에 들어가는 리튬은 물 반응성 물질 및 인화성 고체로 분류돼 취급 시 공기와 접촉하지 않게 밀봉하고 다른 위험물질과 격리 저장하는 등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실제 아리셀 공장은 참사 발생 이틀 전인 지난 22일에도 리튬배터리 제조 공정 중 화재가 발생해 자체 진압했으나 소방당국에 접수된 화재신고 기록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또 아리셀은 지난 2019년에도 위험물안전관리법 위반으로 적발돼 벌금을 낸 전력이 있다. 당시 아리셀은 위험물인 리튬에 대해 옥내저장소에 990㎏의 저장 허가를 받았지만 실제로 1150㎏을 저장하고 있다가 적발됐다. 이는 지정수량(리튬 기준 50㎏)의 23배 분량이다. 소방당국은 당시 업체 구매부장과 법인에 각각 50만원씩 총 1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지난 2020년엔 소방시설 작동 불량으로 적발돼 시정 명령을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더구나 아리셀 공장은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관리·감독을 받지 않았다. 화재예방법상 소방당국의 중점관리 대상에 해당하는 연면적 기준(3만㎡ 이상)에 못 미쳐 자체 소방시설 점검에 그쳤다.
소화기 제작 시급한데 기준도 없어
대규모 배터리 공장 화재를 효과적으로 진화하려면 전용 인증 소화기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리튬 배터리용 소화기와 관련한 국내 시험 기준은 없다. 따라서 시중에 유통되는 배터리용 소화기의 품질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의미다. 금속화재용 D급 소화기 규격에 대한 형식승인 개정이 이르면 내달 발령될 예정이지만 이는 '마그네슘 합금 칩 화재'를 대비한 소화기다.
소방청 관계자는 "리튬 배터리 관련 화재 유형 분류 자체가 국제적으로 없다"며 "미국화재예방협회(NFPA),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늘어나는 배터리 이용과 화재 위험에 대응할 소화기 개발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과 교수는 "배터리 화재는 15초에서 40초 안에 조치하지 않으면 이번처럼 열 폭주 현상이 발생해 급격히 확산하는 위험성이 크고 제어가 불가능하다"며 "열 폭주 전에 냉각기능소화약제를 분사하거나 물속에 집어넣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 관련 약제와 소화기를 개발하고 배터리를 분산 배치하도록 하는 등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