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엔 與野 없다" 경쟁적 지원… 급물살 타는 ‘K칩스법’

      2024.06.26 17:30   수정 : 2024.06.26 19:04기사원문
글로벌 주요 국가들이 천문학적인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반도체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정치권이 K반도체 산업 집중 육성에 팔을 걷어붙였다. 국민의힘에서는 '보조금 지급'에,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세액공제율 상향'에 초점을 맞춘 법안을 발의하는 등 과감한 지원을 추진한다.

반도체가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주력산업인 만큼, 여야가 반도체 생태계 구축에 경쟁적으로 뛰어든 모양새다.

정부 차원의 지원을 학수고대하고 있는 재계는 크게 환영하고 있다.

■與 보조금 지급·野 세액공제율 상향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내주 중 원내 제1당인 민주당에서 처음으로 반도체 지원 관련 법안이 발의된다. 김태년 의원이 발의할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과 '반도체특별법 제정안'은 반도체산업에 100조원 규모의 정책금융을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에서는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법안'(고동진 의원)과 조세특례제한법(박충권 의원) 등 반도체 육성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여야 추진 법안을 살펴보면 올해 일몰 예정인 세액공제 기한을 박충권 의원은 6년, 김태년 의원은 10년 연장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삼성전자 사장 출신이자 당내 AI·반도체특위 위원장인 고동진 의원은 조세특례제한법에 있는 내용을 특별법으로 옮겨오며 일몰기간을 아예 설정하지 않았다.

김태년 의원 안에는 여당 안에 없는 세액공제율 상향이 포함된다. 현재 대기업·중견기업 15%, 중소기업 25%인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율을 각각 25%와 35%로 10%p 높이고, 연구개발(R&D) 세액공제율도 대·중견기업은 30%에서 40%로, 중소기업은 40%에서 50%로 각각 올린다.

보조금 지급은 여당 안에만 포함됐다. 고동진 의원은 대통령 직속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보조금 지원을 심의·이행하도록 규정했다.

야당은 보조금 지급에는 부정적인 입장인 반면, 재계에서는 보조금이 필수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고동진 의원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세액공제율만 높일 경우 대형 자본이 있는 곳만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며 "자본이 부족한 기업의 초기비용은 보조금을 통한 국가적인 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야 공감대에 입법 기대감…재계는 환영

K칩스법은 21대 국회에서 여당이 추진했지만 정쟁적 이슈에 밀려 폐기된 바 있다. 이번 국회에서는 야당까지 가세하면서 입법 시행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대기업 특혜'라며 기업 지원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해온 야당에서도 적극 나선 점이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민주당은 야당표 K칩스법의 당론 채택 여부도 논의 중이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통화에서 "여야가 (이견) 쟁점이 있는 법안이 아니기 때문에 상임위 차원에서 심사가 진행될 것"이라며 법안에 긍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산자위 야당 간사인 김원이 민주당 의원도 "양당 모두 관심있는 사안"이라며 추후 산자위 일정이 조율되면 반도체 지원 관련 법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국민의힘은 입법 외에도 반도체산업 발전에 당 차원의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국민의힘 AI·반도체특위는 오는 7월에 반도체 관련 스타트업을 초청해 세미나를 진행하고, 9월에는 반도체법 공청회를 열 예정이다.


한편, 미국 390억달러(약 53조원), 유럽연합(EU) 430억유로(약 64조원), 일본 2조엔(약 17조원) 등 주요 국가들이 생산시설 투자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반면 한국은 보조금이 없는 실정이다. 재계와 업계에서는 반도체 지원에 대한 정치권의 달라진 시각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 특혜라며 반기업 정책을 펼치던 민주당에서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법안을 발의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심화되는 만큼, 정치권도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ming@fnnews.com 전민경 김해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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