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옥살이 노래로 한 푼다"..의료법인 이사장이 트로트 가수된 사연
2024.06.30 11:38
수정 : 2024.06.30 18:3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징역 3년 형기를 마치고 만기 출소한 전 의료법인 이사장이 재심 끝에 무죄 판결을 받은 후 억울하고 분한 옥살이를 노래로 풀기 위해 가수로 데뷔했다.
괴로움을 달래기 위해 '그 세월 탓하지 마라'는 노래를 만들고 트로트 가수로 나서 수사-재판-수감-출소에 이르는 고통을 이겨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한다.
주인공 김용규씨(70)는 이른바 '사무장 병원'을 운영한 혐의 등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김씨는 의료기관 개설 자격이 없음에도 의료기관을 운영하며 마치 의료법인이 병원을 운영하는 것처럼 속여 의료급여 37억 원을 받아 가로챘다며 기소됐다.
김씨는 적법하게 설립된 의료법인이 병원을 개설·운영했다며 요양급여 편취도 당연히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1심은 물론 항소심과 상고심에서도 그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검찰과 재판부는 이사회가 제대로 열린 적 없다는 등의 병원 관계자 진술을 받아들였고, 김 씨가 자금을 주도적으로 운영했다고 판단했다. 그는 결국 3년형을 받아 만기출소 때까지 억울한 옥고를 치러야 했다.
김씨는 항소 이유서와 사건기록을 재검토하는 과정 등 끈질긴 수사재기 노력을 통해 극적으로 무죄판결을 이끌어냈다고 했다.
대법원은 "의료법인 재산과 피고인 개인재산이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혼용되거나 부당하게 유출돼 공공성과 비영리성을 일탈함으로써 의료법인의 규범적 본질이 부정될 정도라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결과적으로 김 씨는 징역 3년을 복역하지 않아도 됐던 것이다.
수사 과정에서 억울함을 견디다 못해 경남의 한 사찰 인근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등산객의 신고로 목숨을 건지기도 했던 그는 이제 트로트 가수로 새 인생을 시작한다. 2014년부터 무려 10여 년간 모진 수사와 6차례의 재판, 억울한 3년 옥살이의 정신적 고통을 이겨내기 위함이자, 가수로의 인생전환이다.
굴곡진 삶의 끝에서 70세 나이에 트로트 가수로 데뷔(대한가수협회 회원)한 그는 자신의 회한과 감정을 녹여낸 데뷔곡 '그 세월 탓하지 마라'를 지난 6월 초 발표했다. 이 곡의 뮤직비디오에는 그의 고향인 경남 합천 풍광을 담았다. 해당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김용규tv'에서 감상할 수 있다.
김 씨는 "분하고 억울해서 약 없이는 생활하기 어려웠고, 교도소에서 하루도 눈물을 흘리지 않은 날이 없었다"며 "수사기관과 법원이 너무나 원망스럽지만 노래 제목처럼 그 세월 탓한 들 무엇하겠느냐는 심정으로 새로운 인생을 살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 씨는 '그 세월 탓하지 마라'를 시작으로 꾸준한 신곡 발표, 방송 및 무대 활동을 계획하고 있으며, 올 가을 발표를 목표로 차기곡 '사랑아 사랑아'를 준비 중이다.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