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사건처리까지 평균 '240일' 하세월

      2024.06.30 15:15   수정 : 2024.06.30 15:1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 지난 2022년 9월 16일 오전 9시 30분경 현대비앤지스틸 창원공장에서 협력업체 노동자 1명이 점검 중이던 크레인에 끼여 사망했다. 현대비앤지스틸은 500명 규모의 근무자가 있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 사업장이다. 사고 이후 약 21개월이 흘렀지만 고용노동부는 송치 여부를 현재까지 결정하지 못했다.



#. 2022년 2월초 요진건설산업이 시공을 맡은 경기 성남시 판교 소재 현장에서 승강기가 지상12층에서 지하 5층으로 추락해 2명이 사망했다. 사고 이후 고용노동부는 수사에 착수했고 지난해 5월 요진건설산업의 대표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사고 발생 5개월 만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 3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사건 처리가 지연되는 경우가 많아 신속한 피해회복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사에 착수한 사건 중 결론을 내지 못한 사건도 절반 이상이라는 점에서 수사 인력 확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파이낸셜뉴스가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2023년까지 중대재해 관련 사건 발생후 사건처리(검찰 송치) 단계까지 평균 240일이 걸렸다. 평균 약 8개월이 걸리는 셈이다. 기소 후 1심 결론 까지 약 1년 정도가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1심 판결까지 약 1년 8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 사고 발생 후 실제 송치되는 사건은 총 501건 중 102건(35%)에 그쳤다. 510건 중 수사 혹은 내사 사건수는 335건이었으며 이중 73건은 내사단계에서 종결됐다. 현재 통계는 50인 이상 사업장(건설업 공사대금 50억원 이상)에만 중대재해법을 적용한 값으로, 올해부터는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중대재해법이 적용된다.

수사 적체의 원인으로는 인력 부족과 통일된 기준의 부재가 꼽힌다. 고용노동부가 전담하는 중대재해처벌법 수사는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 위반죄 성립 여부를 판단하거나 중대재해 발생과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등 까다로운 과정을 거친다. 그동안 고용노동부 산하 전국 수사 인력은 150명을 넘기지 못했다. 다만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법 적용 사업장 확대에 대비해 지난달 수사인력을 208명까지 늘리기로 했다.

한 중대재해법 전문 변호사는 "사건이 적체돼 수사관이 한 사건에 집중을 하지 못하고 수사 중간에 또다른 사건을 맡게된다"며 "기존 사건 조사는 모두 스톱이 됐다가 2~3개월 뒤에 갑자기 조사가 재개되는 경우도 많이 봤다"고 전했다.

법 시행 기간상 유의미한 판결이 없다는 점도 수사 적체의 한 요인이다. 수사인력에게 판단의 기준이 되는 유의미한 판결이 없다 보니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에서 전국에 있는 사건을 모두 보고받고 지휘를 할 수밖에 없어 보고 및 결재에 상당기간이 소요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2월 한국제강 대표 A씨에게 실형이 선고된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서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첫 대법원 판단이 나왔지만 이는 대표가 자백을 한 경우였다. 수사나 변호를 하는 입장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계와 법조계에 이목이 쏠려있는 사건은 '삼표그룹 사망사건'이다.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은 2022년 1월 29일 경기 양주 골재채취장 토사가 붕괴돼 노동자 3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지난해 3월 불구속 기소됐다.
한 대형로펌 중대재해팀 변호사는 "검찰이 삼표산업 대표이사가 아닌 그룹 회장을 경영책임자로 봐 기소한 사건"이라며 "법리적으로 경영책임자를 어디까지 볼 수 있느냐를 다투는 사안으로 선고 방향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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